“옆도 아니고, 굳이 우리 앞에 떡하니 신도시를 왜 지정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국가의 큰 결정에 따라 일부 국민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건 아니죠. 3기 신도시가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이거 특혜죠. 같이 잘 사자고 하는 게 아니라 저기(고양창릉)만 잘 살라는 새치기 정책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김수민, 37 일산주민)

최근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와 관련해 일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중 일산, 파주, 삼송 등 고양시 주민들은 ‘새치기 신도시’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만을 나태고 있다. 자신들과 서울 사이에 3기 신도시를 배정해 단기적으로는 집 값 하락, 장기적으로는 서울과 먼 신도시로 이미지가 전락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불만 요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고양창릉, 부천대장 2곳과 수도권 26곳을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했다. 이곳에는 총 11만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고양창릉은 고양시 창릉동, 용두동, 화전동 일대에 조성된다. 면적 813만㎡에 3만8000만 가구가 들어선다.

고양창릉의 지리적 위치를 볼 때 고양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고양창릉과 서울과의 거리는 단 1km에 불과하다. 서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가깝다. 이번 3시 신도시 지정으로 고양신도시는 고양창릉을 지나야만 나올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자신들이 서울 옆에 신도시 였는데, 이제는 후미에 있는 신도시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이 3기 신도시 정책을 ‘새치기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기준으로 고양창릉을 3기신도시로 선정했을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을 선정 1순위로 꼽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3기 신도시들의 지리적 위치를 보면 서울에서 평균거리 1㎞ 대에 위치해 있다. 이론적으론 충분히 서울 도심까지 30분내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다.  

또 지구지정 제안단계부터 지하철 연장이나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 교통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입주와 동시에 교통에 불편이 없도록 교통대책도 조기 추진된다. ‘서울 도심까지 30분 출퇴근’이라는 대원칙 아래 신도시들이 지정된 것이다.

문제는 이곳이 서울 외곽지역에서 교통대란이 가장 심한 곳으로 불리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김 장관은 ‘서울 도심까지 30분 출퇴근’이라는 기준으로 3기 신도시를 선정했다 밝혔지만 일산·파주·삼송 등 고양시는 이미 인구 100만명의 도시로 교통대란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서울을 오가는 도로는 상습정체 구간으로 출퇴근 시간마다 이미 교통대란을 겪고 있고, 지하철은 3호선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역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탑승을 하기 위해서는 수십분을 기다리는 게 다반사이기도 하다.

3기 신도시, 특히 고양창릉 지정과 관련한 불만 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오늘(10일) ‘[3기 신도시] 현 정부는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진행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지역에 대한 대책을 먼저 수립하고 진행해야 한다고는 생각 안한 것 같습니다. 순서가 잘 못 되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창릉을 예로 들면 서울을 기준으로 더 먼곳에 있는 일산 – 파주를 예로 들어 봅니다. 일산의 많은 곳 중에 비싼 곳은 GTX 노선 근처, 파주의 많은 곳 중에 비싼 곳은 GTX 노선 근처입니다. 이곳은 일산, 파주의 일부이고 그 외 많은 곳들은 1기 신도시 중에서 부동산 가격이 시장 대비 가격이 올랐다고 보기 힘든 곳입니다. 가격은 지금 시대에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겠죠.그런데 일산 , 파주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3기 신도시로 인해 교통, 집값에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중략) 또한 3기 신도시에 대한 교통 대책은 마련된 반면, 3기 신도시 이후 일산 , 파주 지역에 대한 추가 대책은 현재까지 나와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현 정부의 기본 개념인 양극화 , 불평등이 해소가 되는 것이 아닌 심화 되는 현상이 연출 된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이 지역에 대해서 역할을 확대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부동산 리서치 기업인 경제만랩의 오대열 팀장은 "고양 창릉에 주택 물량이 늘어나면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들은 경쟁력이 비교적 낮아져 가격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 추가 지정된 3기 신도시 두곳이 서울 서북·서남권에 위치한 만큼 강남권의 수요를 흡수시키긴 부족하다"며 "3기 신도시로 서울 집값을 안정화 시키기엔 제한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