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편리와 권리 사이… '새벽배송' 노동자 처우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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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편리와 권리 사이… '새벽배송' 노동자 처우 갑론을박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05.1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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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둘째주 빅데이터로 살펴본 '새벽배송'
초저가와 함께 유통가 화두… 마켓컬리 시작으로 마트·편의점까지 가세
트위터 논란 촉발-인스타그램 제품후기… 누리꾼들 SNS별 다른 반응
과반수이상 긍정감성… 이슈는 '쿠팡', 실속은 '마켓컬리'
(위)쿠팡 로켓배송. (아래)마켓컬리. 사진= 각사
(위)쿠팡 로켓배송. (아래)마켓컬리. 사진= 각사

최근 유통가는 초저가와 함께 새벽배송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새벽배송은 자정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으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과 쿠팡의 '로켓프레시'가 있다. 

주로 신선식품 위주로 진행되는 새벽배송은 마켓컬리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 2015년 론칭한 마켓컬리는 밤11시안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준다. 이에 질세라 쿠팡도 로켓프레시를 론칭하며 밤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를 내세웠다. 쿠팡은 자체 보유한 물류망으로 수도권뿐만 아닌 부산, 대구 등 전국권까지 확대하고 있다. 

새벽배송이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타 유통기업도 경쟁에 가세했다. 롯데수퍼는 '롯데프레시'를 시작해 밤10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7시까지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롯데슈퍼는 전국구 물류망을 보유한만큼 빠르게 새벽배송을 확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싱싱냉동마트', 현대백화점은 '새벽식탁', 이마트는 '쓱배송 굿모닝'을 각각 운영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편의점 업계도 새벽배송 전쟁에 뛰어들었다. GS24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GS프레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온라인 푸드마켓 '헬로네이처'를 운영하며 올해 설명절 한정적으로 새벽배송을 진행했었다.

가열된 새벽배송 전쟁으로 시장규모는 2015년 100억 원 수준에서 2018년 4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나의 편리가 누군가의 노동환경 악화"… SNS發 배송기사 처우 논란

빅터뉴스(BDN: BigDataNews)의 소셜메트릭스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2018년 5월1일부터 2019년 4월30일까지 1년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새벽배송' 버즈량은 각각 4만5842건, 1만282건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디자인. = 조현준 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인. = 시장경제신문 디자인팀

누리꾼들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게시물을 올렸다. 하지만 새벽배송에 대한 두 SNS의 성격은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는 새벽배송 및 배송기사 처우에 관한 각종 논란이 버즈의 대다수를 이룬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새벽배송 실제 이용자들이 올린 후기 위주의 게시물이다. 

두 SNS의 버즈가 급증한 이슈도 성격이 다르다. 먼저 트위터는 올해 3월 3만4058건의 버즈량을 기록했다. 이는 한 누리꾼이 올해 3월24일 한국경제신문이 게재한 '밤에 고른 메뉴가 아침 식탁에… 아마존도 두 손든 '새벽배송' 1兆로 쑥쑥'이란 기사를 인용하며 배송기사의 야간근로 노동환경을 언급한 것이 대량 리트윗돼 버즈량을 견인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본격적인 새벽배송 노동자 논란이 촉발됐다. 

배송기사 처우 논란 버즈는 주로 올해 3월에 집중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배송기사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저녁에 장보는 것이 불가능한 직장인들에겐 구세주 같은 것이란 의견으로 갈렸다. 

올해 3월25일 한 누리꾼은 "마켓컬리 사용 경험이 있는 친구들 중 꽤 높은 비중의 친구들이 컬리를 다시 이용하기를 꺼려하는 이유로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새벽 세시에 배달 알림을 받고 나니 죄송스러웠다고"라는 글을 올렸고 2550건의 리트윗을 받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저 인력을 갈아넣어서 배송하는 것이라면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워할 일이 아닐까요. 해외에서는 당일배송 편한거 몰라서 안하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1625건의 리트윗을 받았다.

누리꾼들의 새벽배송 논란은 노동자 처우 논란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한 폐해로까지 확대됐다.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저녁 장 볼 시간조차 없는 직장인들의 비애와 조금만 늦어도 참지 못하고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다보니 세계에 유래없는 새벽배송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새벽배송 뿐만 아닌 국내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피시방 등의 산업군에 대한 문제제기로 번져갔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트위터와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버즈량 폭증을 촉발시킨 이슈도 트위터와 비교된다. 트위터는 새벽배송 관련 기사가 대량 리트윗되며 버즈량을 급증시켰지만 인스타그램은 올해 1월 전지현이 마켓컬리 광고에 출현하며 버즈량을 견인했다.

게시글 대부분은 후기 성격의 글이다. 남동생과 조카가 놀러와서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음식을 대접했다거나 간식을 어젯밤에 시켰는데 오늘 아침에 왔다는 내용, 아기 간식을 주문했는데 좋다 등등 배송과 제품에 대한 칭찬글이 주를 이룬다. 

뉴스 댓은 SNS와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린 뉴스 대부분은 쿠팡과 쿠팡맨 관련 기사다. 누리꾼들은 쿠팡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는 내용이 대량 출현했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또한 쿠팡의 새벽배송에 대해서도 비판적 댓글이 있지만 '쿠팡 너무 편하다. 잘됐으면 좋겠다', '이용자 입장에선 쿠팡이 흥하길 바란다. 정말 너무 편해'등의 쿠팡을 응원하는 글도 자주 등장했다.

더불어 새벽배송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라며 갑론을박하지 말자는 의견도 다수 출현했다. 누리꾼들은 "아침에 일하는게 힘들면 다른일 찾는거지 남생각 하는 척이냐", '새벽배송일 합니다. 어차피 낮근무는 5시에 끝나고 생활비 보태려 투잡뛸 수 있어서 좋은데 뭘 고생이네 어쩌네. 강제노역도 아니고 수요가 있음 하는거지 별걸 다 걱정하네요', '낮배송기사와 새벽배송기사는 다르다. 일자리창출이다. 낮에 배송하는 기사가 새벽에도 하는줄 아나' 등의 의견을 보였다.

◇누리꾼들 "그래도 새벽배송 좋다"… 양대 SNS 모두 긍정 과반수 차지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우려와 칭찬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지만 결론적으로 대다수가 긍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를 통해 살펴본 연관어는 ▲배송 ▲노동자 ▲새벽 ▲로켓 ▲현장 ▲한국 ▲야간 ▲이슈 ▲질병 ▲의료 등 긍정과 부정 연관어가 함께 자리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배송 ▲마켓컬리 ▲새벽 ▲쿠팡 ▲샐러드 ▲헬로네이처 ▲다이어트 ▲과일 ▲유기농 ▲오아시스마켓 등 대부분 브랜드와 제품관련 연관어가 포진돼있다. 

그래픽디자인. = 조현준
그래픽디자인. = 시장경제신문 디자인팀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주요 이슈와 기사댓글은 쿠팡이 상위권에 있지만 SNS연관어에선 마켓컬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됐다는 것이다. 쿠팡이 이슈몰이는 했지만 실속은 마켓컬리가 챙긴 것으로 분석된다. 브랜드 언급량에서도 마켓컬리가 지난 1년간 2801건이 언급됐지만 쿠팡은 1164건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를 나타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모두 긍정감성어가 과반이상을 차지했다. 트위터는 긍정감성어가 52.1%, 부정감성어가 19.4%로 나타났다. 주요 긍정감성어는 ▲총알배송 ▲기여하다 ▲좋은 ▲편한 ▲여유 등이 있다. 부정감성어는 ▲우려 ▲비인간적 ▲서글픈 ▲문제있다 ▲비판 등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디자인. = 조현준
그래픽디자인. = 시장경제신문 디자인팀

인스타그램 긍정감성어는 72.4%, 부정감성어는 7.0%로 나타났다. 트위터보다는 긍정감성어가 다소 높게 나왔다. 주요 긍정감성어는 ▲맛있는 ▲좋다 ▲좋은 ▲건강한 ▲신선한 등이다. 부정감성어는 과대포장으로 나타났다. 

두 SNS채널을 보면 새벽배송을 두고 누리꾼들의 의견이 달리지만 과반이상은 새벽배송을 좋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위터는 새벽배송의 편리성과 관련있는 단어가 주로 상위에 랭크된 반면, 인스타그램은 이용자의 만족도와 관련있는 단어그룹이 상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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