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투자사 누가 ‘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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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투자사 누가 ‘갑’일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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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투자사를 만나기 위해 어떤 스타일의 투자자를 원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투자자가 당신 회사를 원할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창업 포커스] 일부 스타트업과 투자사를 보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너무 훌륭하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입맛에 맞는 투자사를 고르겠다는 곳도 있다.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은 가장 신나고 낙관에 차 있기 마련이다. 자칫 스타트기업들의 흥과 도전정신을 깨트릴 수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시기는 회사가 범할 수 있는 실책이 가장 많은 타이밍이기도 하다.

특히, ‘투자’에 대한 실책이 많다. 창업 초기 에너지로 가득한 스타트업들은 몇 번의 투자사와의 만남을 통해 기대감을 갖는다. 그냥 만남일 뿐인데, 마치 투자를 받은 것처럼 설레인다. 하지만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몇 번 깨지고 나면 ‘투자자 좀 소개해 줄 수 있냐’고 지인을 닦달한다. 마치 클럽에 가서 아무나 붙들고 사귈 사람 소개시켜 달라는 모양새다.

아무렇게나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것이다.

투자사들도 성향이 있다. 전문 영역이 있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어떤 투자사는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 어떤 투자사는 후기 단계에 투자한다. 또, 아이디어만 보는 투자사가 있고, 친분을 바탕으로 소개 받은 스타트업만 투자를 하는 투자사가 있다. 경험과 경륜을 중시하는 투자사가 있는 반면, 이제 막 졸업했지만 우수한 인재로 뭉친 작은 회사에만 투자하는 것도 있다.

투자 스타일도 다르다. 어떤 투자사들은 스타트업에 상당한 운신의 폭을 허용하지만 어떤 곳은 가까운 사무실을 얻으라고 한다. 지원과 조언을 지속적으로 주는 곳이 있는 반면, 정기적인 보고를 선호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

스타트업과 투자사 역시 사람이 운영하고 결정한다.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사와 스타트업 중 누가 ‘갑’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아이디어와 자금 중 무엇을 우선 순위로 정하겠냐는 질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답은 없다. 다만 경험에 비춰볼 때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수는 투자를 받지 못한 스타트업에 비해 상당히 적다. 투자사가 ‘갑’으로 비춰질 수 있는 수치다.

투자사를 찾아 나서기 전에 스타트업은 겸손하게 어떤 스타일의 투자자를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스타일의 투자자가 당신 회사를 원할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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