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칼럼] 소상공인 육성, 지금이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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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칼럼] 소상공인 육성, 지금이 적기
  • 최승재 칼럼
  • 승인 2017.01.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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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최승재 / 소상공인연합회장

김모 사장은 지방에서 15년째 순대 국밥 집을 운영해오고 있다. 십 수년간 크고 작은 부침을 겪은 김 사장에게도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심각한 위기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해 외식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식당 손님 수가 평소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경영난이 찾아온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최대한 버티기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문제는 매달 지출해야만 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용이었다. 

당장 3~4개월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김 사장은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선택했다. 때마침 중소기업청에서 소상공인에게 ‘메르스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주거래 은행에서 접했고 김 사장은 운영자금으로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중소기업청에서 지원받은 7,000만원은 가뭄의 단비처럼 막혔던 자금난에 숨통을 터줘 식당 경영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4%대 이상의 시중금리보다 훨씬 저금리(2.55%)였기 때문에 이자비용 부담이 적었고 원금 거치기간이 2년이어서 상환시기도 위기극복 이후로 미룰 수 있었다.

최근 거듭되는 경영환경 악화로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지난해의 김 사장처럼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거제와 영암·통영·울산 등 조선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입주기업 근로자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장사가 잘되든 안되든 고정적으로 점포 임대료와 인건비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도 속속 늘어나는 모양이다.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연합회장으로서 이러한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이 흔들린다는 것은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번 정부 추경안에 소상공인 정책자금 2,000억원 증액도 포함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소상공인들의 성실성·잠재력과 더불어 위기 시점을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해준 소상공인 정책자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순대 국밥 가게는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통해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고 월 매출액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늘릴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인기 TV 맛집 프로그램에 섭외 제의를 받아 출연하면서 월 매출액이 5,000만원까지 껑충 뛰었고 이제는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잠재력이 높은 소상공인은 지금의 일시적 경영위기만 극복하면 김 사장처럼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자칫 ‘골든타임’을 넘겨 불가피한 폐업을 선택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신용과 담보가 취약해 은행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의 마지막 희망이다. 지금도 자금난에 허덕이는 600만 소상공인에게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고 신속히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소상공인의 대표로서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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