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150도 못벌어 허덕"… 은행빚 못갚고 문닫는 가게 속출
상태바
"月150도 못벌어 허덕"… 은행빚 못갚고 문닫는 가게 속출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5.09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침체 우려하며 최저임금 인상 반대하던 소상공인 주장 현실화
마이너스 성장이 부른 충격...은행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돌연 상승
시위하는 소상공인들 사진=이기륭 기자
시위하는 소상공인들 사진=이기륭 기자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이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사업을 유지해보려던 소상공인들의 꿈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상당수는 당장 대출을 갚지 못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가게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부업으로 일용직이나 대리운전을 하는 사례도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개인사업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41%로 지난해 4분기 대비 0.10%p,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08%p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연체율이 0.24%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4분기 대비 0.04%p,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0.06%p 상승했다. 농협은행은 0.41%로 지난해 4분기 대비 0.02%p 하락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0.04%p 올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0.23%, 0.21%를 기록했다.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중소기업 대출에 주력하는 가운데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자영업자들의 상환 부담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던 소상공인들의 주장이 현실화된 셈이다.

주요 은행의 지난달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7,087억원 증가한 225조2,336억원이다. 월별 증가액을 보면 지난해 12월에는 1,813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1월 8,135억원, 2월 1조295억원, 3월 1조4,157억원, 4월 1조7,087억원으로 증가세를 띄고 있다.

경기가 둔화될수록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소비, 지출, 투자, 수출 위축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마이너스 성장(-0.3%)을 했다.

경기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최근 문을 닫은 한 자영업자는 "한 달에 이틀만 쉬고 매일 낮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뼈 빠지게 일했지만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월 150만원도 손에 쥐기 어려워 결국 장사를 접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방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임대·매매 안내문이 붙어 있는 상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오랜기간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방치된 점포도 즐비하다.  

전북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02%를 기록했다. 제주은행은 2017년 4분기 1.09%였던 기업대출 연체율을 지난해 4분기에 0.38%로 떨어트렸다. 부산은행도 지난해 3분기 0.96%로 올랐던 기업대출 연체율을 매각·상각으로 4분기 0.52%로 낮춘 상태다. 일부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1분기에 다시 1%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은 악화됐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대출을 끌어다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으로, 만약 실물경제가 더욱 무너지게 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상환부담이 커지는 채무 부실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연체율 상승이 실물지표 악화나 소득 양극화와 맞물릴 경우 자영업자를 비롯한 저신용·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