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줄이면서 채용 늘린다는 은행들... 희망퇴직 대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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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줄이면서 채용 늘린다는 은행들... 희망퇴직 대란 예고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5.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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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다음달까지 41개 점포 추가 축소... 비대면 채널 확대
정부 압박에 못이겨 上石下臺, 올해도 대규모 신규 채용 진행

비대면 거래 비중 확대에 따라 영업점을 축소하고 있는 은행들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소폭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점포의 5%가 매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그럼에도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시중은행들이 어쩔 수 없이 채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7대 은행 점포는 2018년 6,765개로 2016년에 비해 335개가 줄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은 최근 2년 동안 194개 점포를 폐쇄했다. 여기에 더해 시중은행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41개의 점포를 추가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영업점 축소를 서두르는 까닭은 인터넷뱅킹을 비롯한 디지털 비대면채널 확대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방문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앱의 비대면 대출을 일제히 강화하고 있다. 은행의 입장에선 관리비나 임대료 부담이 많은 오프라인 채널보다는 디지털 서비스를 개편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영업점은 줄고 있지만 신규 채용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은행권의 채용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경기 부진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대규모 신규 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일자리 대란이 이어지자 코너에 몰린 정부는 금융권에 또 다시 청년 채용을 종용하고 나섰다. 그 결과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하나둘씩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수천명에 달하는 신규 인원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부담은 기존 직원의 몫이다. 정부의 청년 채용 압력이 커지자 은행권 희망퇴직은 예삿일이 아니게 됐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인원만 2,000여명에 달한다. 심지어 금융당국은 퇴직금을 얹어서라도 내보내라며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희망퇴직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화(化)라는 거대한 물결에 따라 은행들이 혁신을 위해 오프라인 영업점을 대폭 줄이고 있지만, 정부가 신규 채용을 확대하라며 오너가 없는 시중은행들의 팔을 비틀고 있으니 희망퇴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압력으로 인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상석하대(上石下臺) 형국으로, 애먼 중간급 직원들만 희망퇴직을 넣을까 말까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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