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하청업체 보호 못하는 국가계약법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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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하청업체 보호 못하는 국가계약법 개혁해야"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4.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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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의원실-건축학회 주최 국가계약제도 혁신 세미나' 29일 열려
건설업계, 국가계약법 한계 지적... "도급사, 국가계약법 이용해 갑질"
“하청업체가 공정위에 갑질을 신고하는 이유는 민사 대비용” 주장
건축 및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혁신 세미나의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일은 하청업체가 다 하는데, 법은 하청업체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도급건설사들은 이걸 노리고, 더욱 큰 갑질을 일삼는다" (콘스텍 손영진 대표)

"사업 도중 설계를 변경하려면 돈을 더 줘야 하는데, '발주처의 예산 범위 내에서'라고 규정해 놓고, 일을 시킨다" (차은주 건축사)

"하청업체가 공정위에 갑질을 신고하는 이유는 민사 대비용이다" (서보건 변호사)

정의당 추혜선 의원,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정책학회 주최로 26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건축 및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혁신 세미나'는 국가계약법 개혁 성토의 장이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국가계약법은 개선이 아닌 개혁을 해야 한다며 개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콘스텍 손영진 대표는 도급건설사들이 국가계약법 이용해 '서면미교부'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손 대표는 "국가계약법을 보면 발주처인 '정부'와 도급사인 '종합건설사'까지만 국가와의 계약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종합건설사와 하청업체가 맺은 계약은 사적인 계약이다. 종합건설사들이 이 지위를 악용해 발주처로 부터 받은 공사 문서를 전달하지 않고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자신의 회사가 겪은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콘스텍은 2014년 Z건설과 평택의 한 정부 사업에 들어갔다. 공사를 하던 중 어느 날 정부는 Z건설사에 잠시 공사 중단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Z건설사는 이 사실을 콘스텍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공사 중단 사실을 모른채 콘스텍은 계속 공사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콘스텍은 정부와 Z건설사에 '재래식 공법'에서 '신 공법'으로 공사를 하기로 제안해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Z건설사와 정부는 승인시킨 공법으로 계약하지 않았다. 정부와 Z건설사가 콘스텍에게 신 공법으로 하라고 지시를 내린 후 계약 변경을 하지 않은 것이다.

손 대표는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전문건설사, 하청업체들이다. 그런데 실제로 일하는 우리들이 계약에서는 배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과 너무 다른 이 법이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보건 변호사도 '서면미교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서 변호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서면미교부가 가장 나쁜 갑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도급건설사들이 국가계약법상의 계약 지위를 이용해 문서를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행위를 당연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서면미교부 행위는 한 기업을 도산시킬 만큼 큰 위법이지만 제재 수위는 매우 낮은 상태다. 특히, 최초 계약서면 미교부에 대한 제재에 비해 계약 기간 중의 추가요구 등 각종 서면미교부 행위는 더 큰 문제지만 제재 수위는 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 변호사는 수위가 낮아 도급사가 중대 위법사항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면미교부 행위를 선탤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공정위 처벌에 대한 실효성에도 화두를 던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5년간 하도급법 위반 신고 처리내역에 따르면 총신고 건수는 7298건이었으며 이중 가장 강력한 제재 수위인 '고발'을 한 것은 20건(0.27%)에 불과했다. 가장 약한 수위인 '경고' 건도 341건으로 7.49%에 불과했다.

서 변호사는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매우 적기 때문에 도급사는 공정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청업체들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공정위에 민사 대비용으로 고발하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가계약법상 계약 성립 지위는 발주처와 도급사 둘뿐이다. 이 둘이 서로 주고받은 문서를 하청업체는 알지 못하므로 공정위에 갑질 신고를 하고, 사실관계를 다투는 과정에서 증거 문서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차은주 건축사는 국가계약법 자체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차 건축사는 “범위 없는 설계 업무, 지급 지연 또는 미지급 만연, 변경계약서 작성 거부, 업무정지나 계약해지 시 정산 또는 지급 거부 등의 발주처 불공정 관행이 만연해 있고, 이는 국가계약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해야 하는데, 국가계약법을 토대로 정부가 계약서에 '예산 범위 내'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는 일은 더 시키고, 돈을 줄 수 없다는 것과 같다”며 “설계비 예정가격 및 산출내역서를 공개하는 동시에 과업지시서 및 입찰안내서의 불공정한 계약 문구의 효력이 없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국가계약법안에서도 '해도 된다', '하지 말라' 등 상반되는 내용이 있고, 해석의 차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 존재한다며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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