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칼럼] 전통시장 상인 의식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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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칼럼] 전통시장 상인 의식 바뀌어야
  • 안국중 칼럼
  • 승인 2016.12.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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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중

안국중 / 전 대구시 경제통상국장

지난해 연말 한 소비자단체가 실시한 대구지역 대형마트, 전통시장 이용자 설문 결과 지난 1년 사이 대형마트 이용자는 10.4% 줄고, 전통시장 이용자는 3.3%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일등공신은 단연 시설현대화사업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지난 2002년부터 전통시장 시설과 환경개선을 위해 지역 70개 전통시장의 주차장, 고객 쉼터, 아케이드 설치 등 221개 사업에 1천653억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지역 60개 전통시장의 시설과 환경이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리고 쾌적한 환경은 대형마트로 옮겨가는 고객의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되돌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영혁신은 전통시장 상거래 분위기를 크게 바꿔 놓았다.

그동안 대구시는 2008년 상인교육관을 조성하고, 찾아가는 순회교육을 통해 친절`위생`청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인의식을 변화시켜 나갔다. 그리고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고, 점포지도 사업을 통해 전문가로부터 점포운영 및 마케팅 기법을 전수받게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상인들의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렇듯 경영혁신은 시설현대화 사업과는 달리 상인 의식개혁, 마케팅 등 무형적 지원을 통해 고객들에게 전통시장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톡톡히 한몫을 해냈다. 2015년 대구지역 온누리상품권 판매금액은 모두 110억원이었으나, 실제 지역 전통시장에서 유통된 온누리상품권은 189억원으로 회수비율이 173%에 달해 전국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구에 주소지를 두고 포항, 구미 등 인근의 생산도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명절상여금 등으로 온누리상품권을 받아 대구에서 소비하는 이른바 거점도시의 수혜를 지역 전통시장도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시가 엄청난 지원을 쏟아부었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모두 활성화되고, 매출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전통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서문시장은 영남권 최대시장이라는 규모와 명성에 힘입어 여전히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상인 스스로 경영혁신을 통해 국내 선도시장으로 자리 잡은 서남신시장은 임대료가 상승해도 빈 점포가 없다고 한다.

재정비사업 추진 외에는 방법이 없다던 방천시장은 김광석 거리를 통한 테마시장 조성으로 저녁에도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렇듯 규모의 경제, 경영혁신, 특성화를 통해 활성화에 성공한 전통시장이 있는 반면 고객들의 발걸음은 점점 줄어들고, 시설이 노후화되어 사실상 시장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전통시장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과 노력에 힘입어 여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편리하진 않지만 주차장이 확충되고, 수유를 할 수 있는 고객 쉼터도 있다. 그리고 아케이드를 설치해 궂은 날씨에도 장보기가 가능하다. 웬만한 점포에는 카드 단말기가 있다. 확연히 달라진 시설과 환경 덕분에 고객들의 발걸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통시장에 활기와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희망의 씨앗이 움트는 지금이야말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활성화에 성공한 전통시장은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와 소비패턴에 더욱 부응하기 위해 경영혁신과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침체되어 있는 전통시장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쉬운 일부터 하나 둘씩 시작해보자. 미소친절, 깨끗한 위생환경, 가격표시,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등은 의지만 있으면 쉽게 가능한 일들이며 이것이 바로 경영혁신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전통시장이 상인들의 뼈를 깎는 경영혁신과 자구노력을 통해 진정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시민들은 결코 전통시장을 외면하지 않고 오래오래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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