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버닝썬과 이부진을 대하는 경찰의 '이중잣대'
상태바
[기자수첩] 버닝썬과 이부진을 대하는 경찰의 '이중잣대'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03.28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지부진한 버닝씬 수사... 음란 동영상 유포 혐의만 추궁
마약, 돈세탁 의혹 등 뒷전... ‘경찰 유착’ 의혹, 소리만 요란
이부진 프로포폴 의혹...기사 나간 지 24시간도 안돼 현장조사
누리꾼들 “‘경찰총장’ 유착 의혹 진상 규명, 엄벌 촉구”
프로포폴 의혹 관련 “제보자 진술 신뢰도 의문”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성원 기자

‘버닝썬 게이트’ vs ‘이부진 사장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두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이중적 태도가 온라인 상에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이력까지 있는, ‘현직 실세 총경’이 배후로 등장한 버닝썬 사건 수사는 머뭇거리면서 이 사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는 기다렸다는 듯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닝썬 사건의 중심에는 상습 성폭행과 마약 투약,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있다. 특히 ‘경찰총장’이라고 불린 현직 총경급 간부가, 빅뱅 승리 등 이 사건 피의자들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등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찰 유착 의혹’이 제기된 1차 수사를 경찰이 맡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현직 총경이 사건 피의자들의 편의를 봐준 정황이 드러난 이상, 경찰은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사건은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둔 경찰 입장에서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경찰의 바람대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 지지가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총경이 사건 피의자들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경찰에게 이보다 더 뼈아픈 일은 없다.

버닝썬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진 상황에서, 새롭게 불거진 사건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사건이다. 사건을 처음 제보한 간호조무사 A씨의 진술을 기준으로 하면, 사건 발생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6년 상반기다.

내용은 이미 알려진대로, 이 사장이 A씨가 근무한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1개월에 두 번꼴로 찾아왔고, 그때마다 사용 기준치를 넘어선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것이다. 20일 오후,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타파에 따르면 A씨는 병원장이 이 사장의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환자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사건을 처음 보도한 다음 날 경찰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21일 오전 “강남경찰서 및 지역보건소 관계자들과 합동수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2시, ‘현장조사’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수사에 착수했다. 첫 기사가 20일 오후 7시30분쯤 포털에 게재된 사실을 고려하면 약 18시간 만에 수사에 들어간 셈이다.

뉴스타파는 전직 간호조무사의 주장 외에 이를 입증할만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사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뉴스타파는 25일 A씨가 근무할 당시 직원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방 화면을 공개했다. 경찰은 다음날인 26일,  A씨의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바탕으로 의료기록 조작 정황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버닝썬 못지 않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분석하면 그 결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온라인 여론은 비난 일색이다. 피의자는 물론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경찰도 비난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이 사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인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뉴스타파 보도의 신뢰도에 의문을 던지는 게시물이 적지 않다.

‘삼성家 오너가 프로포폴을 맞는데 현장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기고 병원 원장이 퇴근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와 같이 A씨 주장의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한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A씨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직원들과 나눴다는 문자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이부진 사장을 특정했다고 볼만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3년 전 일어난 일을 경찰이 버닝썬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 터트린 배경’을 의심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두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 게시물도 있다.

‘버닝썬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비해, 이 사장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 중이다. 이걸 보면 (빅뱅) 승리가 이 사장보다 쎈 것 같다.’

누리꾼들이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해 온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이 사장과 관련된 과거 미담사례들이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누리꾼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 사장 선행 가운데는 2014년 일어난 ‘신라호텔 택시 충돌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고령의 기사가 택시를 운전하던 중 발생했다. 사고 택시를 운전한 기사는 갑자기 차량이 급발진해 신라호텔 정문으로 돌진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호텔 측은 이 사고로 정문과 전면 유리창이 크게 파손되는 등 약 4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으나 해당 기사에게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텔 측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기사의 병원비까지 지원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택시를 운전한 기사의 사정을 전해 들은 이 사장이, 일체의 책임을 묻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호텔 측은 전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같지만, 이른바 ‘넷심’이 주목한 쟁점은 다르다. 누리꾼들이 지목한 두 사건의 쟁점은 경찰의 책임과, 제보자 진술 및 이를 바탕으로 한 기사의 신뢰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경찰이 ‘이슈로 이슈를 덮는’ 방식의 언론플레이에 나선다면,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이 추락한 신뢰 회복을 위해 선택해야 할 카드는, 민심을 이용하는 ‘전략’이 아니라 그것을 읽어내는 ‘진심’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