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 몰린 車하청업체의 납품 중단, 공갈죄 처벌은 가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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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위기 몰린 車하청업체의 납품 중단, 공갈죄 처벌은 가혹"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9.02.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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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의원, 자동차산업 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와 공동 기자회견
전현직 협렵업체 대표들 “납품 중단권 법적으로 보장해 달라”
추 의원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준비 중”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 2, 3차 협력업체들이 손실 보상을 요구하며 납품을 중단했다가 공갈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26일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 소속 회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로 인해 부도 위기에 놓인 피해자들이 공갈범으로 처벌받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협의회 소속 회원들은 하도급 업체 대표 등이 공갈범으로 몰리는 원인으로 '직서열생산방식(JIS, Just in sequence)'을 꼽았다.

이 방식은 완성차가 부품 재고를 2~3일 정도만 보유하고, 협력업체가 완성차 생산라인 가동에 맞춰 적시에 부품을 조달하는 형태다.

현대차 매출 신장기에는 협력업체들이 늘어난 매출 덕에 최저 마진으로도 버틸 수 있었으나, 2010년대 들어 현대차 실적이 악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과정에서 2차 협력사 대표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했다.

부도 위기에 직면한 2차 협력업체 대표들은 1차 협력업체에 자금지원 또는 기업 인수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들은 1차 협력업체를 압박하기 위해 납품 중단도 불사한다.

직서열 시스템의 특성상 2차 협력업체가 납품을 중단하면 완성차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2차 협력사의 이런 행위는 형법 상 공갈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현대차 2차 협력업체 A사의 전 대표 B씨는 함께 일하던 아들과 함께 공갈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협력사가 공갈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입법론적으로 사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추혜선 의원은 “하도급 전속거래관계에서 하청업체들은 거래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교섭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이들이 부도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택한 납품 중단행위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넘어 형사 사법이 개입하는 것은 국가공권력 남용 소지가 크다. 이를 막을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협의회 관계자들은 “기업 부도 위기 시 긴급 납품 중단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국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추혜선 의원은 협력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부도위기에 몰린 협력업체의 납품 중단행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은 하도급법 개정안에,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각각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의원은 “법이 강자의 갑질을 막고 약자를 보호해 공정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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