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심야 영업' 강행하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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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심야 영업' 강행하라고 하면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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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법률] 최근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24시간 편의점, 24시간 식당 등 '24시간'을 붙인 점포들이 늘고 있다. 24시간 동안 점포를 운영하면 매출이 증가해 좋지만 때론 체력과 질병, 인력 수급 등의 문제로 불가피하게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도 생긴다.

몸이 아파 잠시 점포문을 닫고, 치료를 받고 싶은데 가맹점 본사는 계약서를 상기시키며 24시간 영업을 계속하지 않으면 자재공급을 끊겠다고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규열 씨(가명)는 최근 한 프랜차이즈 도넛츠 본사와 계약을 맺고 가맹점을 열었다. 새벽 5시부터 23시까지 영업을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한 동안 점포의 운영은잘 됐다.

그런데 과거에 앓고 있던 정 씨의 지병이 재발됐다. 당분간 입원을 해야 했고, 통원 치료를 위해 하루에 5시간은 점포를 비워야 했다. 점포 매출상 무작정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정 씨는 할 수 없이 잠시 점포를 닫고, 영업시간을 줄이겠다고 본사에 알렸다. 그러나 본사는 계약서를 보여주며 새벽 5시부터 23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도넛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한현규 씨(가명)는 3년전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오픈했다. 장사는 아주 잘됐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장사는 잘 되고 점포도 아주 깨끗한 편이다.

그런데 본사에서 갑자기 점포를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며 자신들이 선정한 업체에 전액을 주고 맡기라고 밝혀 왔다. 한 씨는 현재 점포는 개선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시세 보다 40% 이상 비싼 본사의 선정업체에게는 더더욱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본사는 계약서상 '깨끗한 서비스를 위해 3년 마다 점포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이밀며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끊겠다고 밝혔다. 

법류전문가들은 가맹점주들이 '표준계약서'를 꼼꼼히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표준계약서란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이 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거래위원회가 별도로 만든 계약서다. 프랜차이즈업종은 이 표준계약서에 적용받는다.

표준계약서대로라면 한 씨는 먼저, 심야 시간대 매출 감소나 질병 치료 등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본사가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표준계약서에 따라 '부당 영업시간 강요'로 행정제재를 받는다.

한 씨는 본사가 합당한 사유로 리모델링을 요구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 또, 비용도 본사가 점포 확장·이전을 수반하는 경우 40%, 수반하지 않는 경우 20%를 지불해야 한다.

이 밖에도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본사와 가맹점주는 사업자의 영업지역을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고, 본사는 계약 기간 동안 같은 지역 내에 동일 가맹점과 직영점을 추가 설치할 수 없다. 또, 가맹금반환청구권 행사 기간을 2개월에서 4개월로 연장했고, 과도한 위약금과 지연손해금 부과는 금지돼 있다.

아울러,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제도 시행에 따라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가맹점주의 주민등록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기재토록 하는 등 다양한 내용이 표준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최근에는 가맹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식자재 공급 시 현금 결제 강요를 금지하는 안이 적극 추진 중이다. 

이처럼 정부에서는 가맹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조항들을 발빠르게 신설하고 있으므로 본사의 불공정한 요구가 있을 시 꼼꼼히 따져보고, 모르거나 어려운 부분은 법륩 전문가들과 미리 상담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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