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상공인 울리는 黨·靑, 진짜 민생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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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상공인 울리는 黨·靑, 진짜 민생을 아십니까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12.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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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강행하고 문제 생기면 그때 생각해보자 했다"
민간 문제인데도 정부가 개입해서 끌고 가겠다는 발상, 과연 정답일까
지난 20일 소상공인 공동브랜드 선포식에 참여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인태연 청와대 비서관.

지난 20일 정부는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공동브랜드(K.tag)를 런칭하고 송년의 밤 행사를 진행했다. 공동브랜드 런칭쇼에는 청와대의 인태연 자영업 비서관이 와서 인사말을 했고 송년의 밤 행사에는 전순옥 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이 참석했다.

런칭쇼가 끝난 후 청와대 관계자와 환담을 나눌 기회를 갖게 됐다. 환담은 자연스레 이날 오전 발표됐던 자영업자 종합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기까지 어려웠던 고충들을 이야기하며 "상가임대차나 카드수수료 문제 등은 이전에 해결됐기에 이번에는 빠졌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리고 상가임대차와 카드수수료 문제가 해결된 것 또한 현 정부의 선정(善政)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기자는 정말 답답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상가임대차의 최대악법으로는 환산보증금이라는 전대미문의 조항이 꼽힌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 악법조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환산보증금 규정을 9억으로 상향했다"며 입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위해 수년간을 투쟁으로 살아온 인물이었고 그 덕에 청와대까지 들어갔기에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상가임대차법의 최대악법 조항인 ‘환산보증금’ 규정을 삭제하지 못해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 할 사람이었다. 미비된 상가임대차법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환산보증금 규정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권을 농락했던 최순실 자매가 상가임대차법의 환산보증금 규정을 악용해 서민들을 울렸다는 것은 수차례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9억원으로 상향된 환산보증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카드수수료 또한 상가임대차법과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 정부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대책은 연매출액 5억 이하의 자영업자는 해당사항이 전무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84%는 연 매출액이 5억원 미만이다. 자영업자 16%가 겨우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이라는 얘기다. 그런 걸 두고 마치 모든 자영업자의 고민을 해결한 것처럼 너스레를 떨고 있는 곳이 현재의 청와대다. 자가당착이라는 표현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게다가 카드수수료 협상을 위한 단체협상권에 대한 그의 인식은 기자를 어리둥절하게까지 만들었다. 단체협상권을 인정하게 되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논리였다. "카드수수료문제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자영업자들의 단체에 맡기면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민간의 문제를 정부가 개입해서 끌고 가겠다는 발상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순옥 위원장은 한 술 더 떴다. 최저임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것이 현 정부다. 얼마 전 대통령이 "최저임금이 문제가 있다면 속도조절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정부는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을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문 대통령이 1년전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하면서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가서 생각해보자고 했다면서 이제 속도조절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기자의 귀에는 '일단 극약을 먹어보고 부작용이 생기면 다시 생각해 보자'는 말과 하등 다르지 않게 들렸다. 자신의 발언이 대통령을 욕보이는 망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지 의아스러웠다.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소상공인들의 입에서 “저 사람은 대체 여기에 뭐하러 왔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정부의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한다. 대통령이 성공하는 길은 별다른 것 없다. 서민들의 경제적 안정과 안보적 안녕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정부의 성공인 셈이다.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했다고 전하는 여당 관계자나, 겨우 10% 남짓한 자영업자들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놓고 마치 모든 고민을 해결했다는 듯 생색을 내는 청와대 관계자를 보면서 갖게 되는 생각이다. 

“청와대·여당 관계자분들, 진짜 민생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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