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득 본게 없는데 분식회계?"... 삼바 소송 쟁점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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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득 본게 없는데 분식회계?"... 삼바 소송 쟁점 '셋'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11.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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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삼성바이오' 행정소송,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변경의 적정성' 판단이 핵심
내부 문건은 채택, 물산합병 전후 회계법인 자료는 배척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 근본적 의문... 삼바가 얻은 이익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사진=금융위원회,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법정 행이 확실시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장외 여론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가 회계를 고의로 조작해 기업가치를 '뻥튀기'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사건을 정치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속칭 진보 정치권과 진보 언론은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를 사실로 단정 짓고,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 사건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등 혐의 공판의 연장선으로 인식하면서 의혹의 확대 재생산에 나서고 있다.

반면 사건을 '국제회계기준(IFRS) 상 해석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들은 금감원의 석연치 않은 '말바꾸기'를 지적하면서 그 배경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매출 혹은 자산을 부풀리거나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계를 조작한 사실이 없고, 회사가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기 전 3곳의 회계법인에 자문을 구한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을 분식회계로 볼 수 있는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1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의결 직후, 김용범 위원장은 기자들과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나온 김용범 위원장의 답변을 살펴보면 이 사건 행정소송의 쟁점을 가늠할 수 있다. 증선위 고의 분식회계 의결의 당부를 다투게 될 행정소송의 주요 쟁점은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사건을 한 줄로 정의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에서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변경한 2015년 회계 변경의 적정성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동일 회사를 연결종속회사로 판단했으며 2015년에 이르러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연결)종속회사는 모기업이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보유한다. 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손익, 자산, 부채 등은 모기업 재무제표 작성 시 합산한다. 지분법 상 관계회사는 쉽게 말해 투자를 받은 기업, 즉 피투자기업이다. 피투자기업의 자산 부채 매출 등은 투자기업에 합산하지 않는다. 다만 피투자기업의 영업손익은 보유 지분에 비례해 투자기업의 실적에 반영한다.

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특성상 설립 초기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이 발생하면서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에피스의 연구개발 성과는 2015년부터 나타났다. 에피스의 경영실적은 그대로 삼성바이오에 반영됐다. 연결종속회사로 있던 2014년까지 기록한 에피스의 적자는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돼 삼성바이오의 적자 폭을 키웠다. 이와 대조적으로 2015년 에피스의 영업익은 보유지분에 비례해 삼성바이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쟁점① 에피스는 종속회사인가 관계회사인가? 

첫 번째 쟁점은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설립한 에피스를 회계기준 상 무엇으로 봐야 하는가에 있다.

김용범 위원장은 에피스를 2012년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 근거로 공동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과과 삼성바이오가 체결한 계약서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에피스가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상품을 매각하는 등의 행위를 할 때는 바이오젠으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볼 때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공유하는 관계에 있다”고 부연했다.

동일한 내용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삼성바이오는 “계약서 상 바이오젠에게 부여된 동의권은 통상적인 합작계약서에서 볼 수 있는 '소수주주권'으로 바이오젠에게 주어진 '방어권'”이라고 반박했다. 즉 위 동의권은 '경영권'이 아니라 바이오젠이 제조·판매하는 제품을 에피스가 취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권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회사의 지배력은 삼성바이오가 행사하고 있음을 매년 공시했다”고 강조했다.

설립 당시 지분(삼성 85% : 바이오젠 15%), 에피스 이사회 구성(삼성바이오 4명, 바이오젠 1명), 대표이사 지명권(삼성바이오가 행사) 등도 에피스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력이 삼성바이오에 있음을 입증한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김용범 위원장은 일문일답에서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볼 수 있는 이유 만을 밝혔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양 측의 시각은 대조적이다. 재판부의 '선택'에 따라 이 사건 소송은 결론이 달라진다.

◆쟁점② 고의 분식회계 근거 '내부 문건'의 효력은? 

이른바 '금감원 내부 문건'의 효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금감원 재감리-증선위 의결'의 적정성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위원장은 최종 의결 직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면서 내부 문건이 고의 분식회계 의결을 내리는 데 있어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내부 문건은 금감원이 재감리 과정에서 새로 입수한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서들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2015년 5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후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와 에피스를 상대로 진행한 기업가치 평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등은 최종 의결의 근거 자료로 삼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그 이유로 “이들 평가자료는 기업 내부 참고용이기 때문에 증선위가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8월, 삼성물산 합병 후 회계처리를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6조8천억원으로, 삼성물산 보유 지분 51%의 가치를 3조5천억원으로 각각 평가했다.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이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내부 문건은 근거자료로 채택하면서 회계법인의 평가자료 등을 배척한 사실을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 사건 공판의 숨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내부 문건의 성격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내부 문건을 “직원들이 재무 관련 이슈를 공유하고 그 해결 방안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검토 자료”라고 말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회람'을 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는 것이 삼성 측의 답변이다.

내부 문건은 삼성에서도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문건의 '증거능력'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증명력'(해당 증거가 갖는 실질적 가치)은 다르다. 내부 문건이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를 인정할만한 결정적 증거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매우 높은 증명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쟁점③ 삼성바이오는 회계변경으로 무엇을 얻었나

세 번째 쟁점은 회계 변경으로 인한 '이익'의 존재 여부다. 이것은 이 사건을 분식회계로 볼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과 연결된다.

기업이 분식회계를 할 때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자산 매출 영업이익을 포장하고 비용과 원가를 부풀려 회계를 조작하는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면 분식회계를 할 이유가 없다.

대우조선해양과 미국 엔론 사태처럼 우리가 아는 분식회계에는 언제나 목적이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작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천문학적인 대출을 받았고, 이로 인해 투자자와 금융기관,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도 에피스에 대한 회계 변경을 통해 얻은 이익이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앞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또는 이재용 부회장의 그륩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

물산-모직 합병비율 결정이 회계 변경 이전에 이뤄졌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에피스에 대한 회계 변경을 물산-모직 합병과 엮는 것은 모순이다.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삼성바이오가 하루 아침에 1조9천억원의 이익을 올린 알짜기업으로 둔갑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삼성바이오는 적자 상태에서도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당시 미국 나스닥 상장도 가능했다.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의결의 정당성을 재판부로부터 인정받으려면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 변경을 통해 얻은 이익이 무엇인지부터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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