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 코어'로 갤S10 혁신"... 삼성, '스마트폰 두뇌' 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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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 코어'로 갤S10 혁신"... 삼성, '스마트폰 두뇌' 확 바꾼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11.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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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10 탑재유력 AP '엑시노스9'...옥타코어 변경 '승부수'
빅-리틀 코어 사이에 '미들 코어' 설치...'폰 효율성 극대화'
고성능-저전력-저발열, '체감성능' 강화... 애플도 동참 유력 
별도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하고, 옥타코어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경한 삼성전자의 새 AP '엑시노스9(9820)'. 사진=삼성전자DB.

14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9(9820)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AI)만을 위한 별도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옥타코어 설계방식의 변경이다.

이 두 가지 혁신으로 엑시노스9(9820)은 8나노 핀펫 공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7나노 급'에 준하는 성능을 확보했다. 삼성의 엑시노스 시리즈는 통상 1년에 한 번 공개된다. 따라서 내년 2월과 9월 각각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의 AP는 이변이 없는 한, 엑시노스9(982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150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엑시노스9(9820)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브랜드 출시 10년을 맞이해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갤럭시S10 탑재 AP로, 개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공개된 엑시노스9(9820)의 성능을 분석하면, 갤럭시S10의 특징은 한층 강화된 'AI 기능'과 '고성능-저전력-저발열'로 정의 내릴 수 있다.

◆AI만을 위한 별도의 NPU탑재... '빅스비', 시리(Siri) 아성 넘어설까 
엑시노스9(9820)의 AI 연산기능은 기존 제품 대비 8배 좋아졌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별도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추가했다. 앞선 제품인 엑시노스9(9810)도 AI 연산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두 제품에는 근본적 차이가 존재한다.

기존 제품인 9810은 AI연산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반면 9820은 AI만을 위한 NPU를 탑재, 하드웨어 측면에서 변화를 줬다. 신경망처리장치가 탑재된 9820의 AI연산기능이 앞선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의 음성인식 AI '빅스비'가 아이폰의 시리(Siri)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엑시노스9(9820)과 퀄컴 스냅드래곤8150의 AI연산능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스마트폰의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AI 옵션은 세계적 추세가 됐다. 중국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P 기린980에 업계 최초로 두 개의 NPU를 심었다. 이 AP를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20 프로'에 대해 화웨이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AI 성능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갤럭시 브랜드가 '차이나 스마트폰'의 공세를 꺾고 세계 시장 1위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AP의 'AI 연산능력' 강화가 절실하다.

◆진정한 옥타코어... '미들 코어' 탑재로 효율성 극대화
엑시노스9(9820)에서 가장 주목할 부문은 코어 설계 방식의 혁신이다. 
언론도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옥타코어 설계 방식의 변경은 새 AP 탑재가 확실시되는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이 경쟁제품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숨은 카드다.

스마트폰의 사용 편의성은 긱벤치나 안투투와 같은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수치가 아닌, 발열과 소비전력, 동작 지연 등의 '체감 성능'에 달려 있다.

AP에 들어간 코어가 아무리 '고(高) 클럭(Clock)'이라고 해도, 배터리가 순식간에 방전되거나 스마트폰이 불에 댄 것처럼 뜨거워진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과도한 발열은 동작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코어 설계다.

삼성전자는 9820에 최초로 빅-미들-리틀 코어를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옥타(8개) 코어를 빅 코어 4개와 리틀 코어 4개로 구성했다. 옥타코어를 고성능 고전력 빅코어 4개와 저성능 저전력 리틀코어 4개로 구성하는 ' big.LITTLE'(빅리틀) 방식은, 2011년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이 처음 도입했다.

당시 ARM은 “동영상 재생 등 무거운 앱을 구동할 때는 빅코어를, 음악 재생 등 가벼운 앱을 구동할 때는 리틀코어를 사용해,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방식은 빅코어와 리틀코어가 묶음 형태로 분리돼 있다는 점에서 '고성능 저전력'이란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빅코어가 움직일 때는 리틀코어가 동작을 멈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4개의 코어만이 실행된다. 반면 빅코어 혹은 리틀코어는 4개가 한 묶음처럼 동시에 움직인다. 이 중 하나의 코어만을 별도로 실행시킬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음악듣기나 웹서핑은 1개의 리틀코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리틀코어 4개가 동시에 실행돼 전력 소모가 많았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 '옥타코어 빅-리틀 멀티프로세싱 솔루션’, 이른바 HMP(Heterogeneous Multi-Processing) 기능이다. HMP를 적용하면, 8개의 코어를 각각 별도로 구동시킬 수 있다. 고사양 RPG 게임을 즐길 때는 8개 코어 모두를, 음악을 들을 때는 리틀코어 1개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HMP 기능은 2013년 9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등에 적용했다.

◆옥타코어 구조 혁신... 빅2-미들2-리틀4
삼성이 빅-리틀 구조에 미들 코어 개념을 적용한 것은 새로운 혁신이다. 엑시노스9(9820)은 같은 옥타코어지만 '빅2-미들2-리틀4'으로 구성돼 있다. 코어 구조를 3단계로 세분화한 가장 큰 목적은 효율성 극대화에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어 구조 변경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D 게임 같이 무거운 앱을 실행하는 경우, 처음에는 고성능 빅코어가 필요하다. 반면 게임 중간에는 굳이 빅코어까지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럴 때는 미틀코어가 가장 적당하다.”

◆코어 구조 변경은 대세... 애플도 변화에 동참 유력 
코어 구조 변경에 HMP 기술이 더해지면서,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 따라 '고성능-저전력-저발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미들 코어' 채택은 스마트폰 체감성능을 높이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이다.

코어 설계를 빅-미들-리틀로 다변화하는 경우 칩의 크기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빅코어와 미틀코어만 듀얼로 바꾸고, 리틀코어는 종전과 같이 쿼드 형태를 유지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변화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효율'과 '체감성능'에 대한 중요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리틀 2단계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애플도 이런 변화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미 중국 화웨이는 기린980에 삼성과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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