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서다 정 맞을라"... 손보사 차보험료 인상 '눈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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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서다 정 맞을라"... 손보사 차보험료 인상 '눈치작전'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8.11.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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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보험개발원에 기본보험료율 검증 의뢰
정비요금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손해율 악화
"인건비 상승분, 경영 효율화로 극복할 수 있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위해 손해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선을 그은 만큼 누가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설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보험료를 '먼저' 올리거나, 혹은 '많이' 올리는 회사가 금융당국에게 정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6위인 메리츠화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인상률을 약 3%로 잡고 자동차보험 기본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들도 조만간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할 계획이다. 손보업계는 향후 요율을 검증하는 손보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요율 검증 받는데 2~3주 정도 걸린다. 검증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보험료 인상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확한 인상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비요금에 최저임금 인상, 2~3인 병실 건보료 적용 등으로 손해율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보험료 원가에 해당하는 차량 정비요금이 지난 6월말 8년 만에 20% 가까이 오른데다 지난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로 사고가 늘어난 탓에 손해율이 급등했다. 

자동차보혐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탓에 보험사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선뜻 인상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8% 안팎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 적자가 올해 연간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상폭은 3% 안팎이 유력하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면서 2% 정도의 보험료 인상을 예상했으나, 주요 손보사들이 정비 업체 2000여곳과 정비요금을 재산정해 계약할 때 3.4%의 인상 압박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7~8% 정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많아야 3%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보험료 할인 특약을 도입하는 등 '출혈 경쟁'도 적자 누적에 영향을 미친 만큼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자동차보험 인상 요인에 인건비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회사에 따라서 경영 효율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정확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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