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서 파는 기름?... 홍가네선 명함도 못내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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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서 파는 기름?... 홍가네선 명함도 못내밀어요"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11.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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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도 품질 차이…'중국산 깨'가 최고
갓 짜낸 기름으로 구운 김, 잘라서 팔아
사진=이기륭 기자

전통시장이 대형 유통업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량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대형 업체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손님들이 좋은 물건은 제값을 주고 사가기 때문이다. 

자양골목시장(서울 광진구) 홍가네 고추기름방앗간은 질 좋은 기름과 김으로 단골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홍현광 사장은 “우리집 기름은 마트에서 파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근에 대형마트들이 있지만 손님들이 기름을 살 때는 홍가네를 찾는다고 한다. 홍 씨는 그 비결로 ‘맛’을 꼽았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참기름, 들기름의 성분표시를 보면 ‘수입산’이라고 쓰여 있어요. 이 깨는 아프리카 수단, 인도,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것입니다. 가장 품질과 맛이 떨어지는 제품이죠. 저희는 국산과 중국산만 취급하니 맛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는 “국산 깨는 두말할 것도 없이 최상품이지만 수입산도 원산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원산지별로 국산> 중국산> 수단=인도=파키스탄으로 분류가 된다는 얘기다. 가격도 이 순서대로 정해진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물건을 가져올 때 3곳 이상의 나라에서 물건을 사면 ‘수입산’으로 뭉뚱그려 표기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가장 싼 나라의 깨를 사서 수입산으로 표기하는 거죠. 중국산도 비싸서 쓰지 않아요. 저희는 가격이 나가도 수입산은 중국 것만 사용합니다.”

사진=이기륭 기자

잘 고른 깨는 가게 안에서 직접 기름으로 짜낸다. “바로 짠 따끈따끈한 기름을 판매하니 맛이 좋다”고 홍 씨는 얘기했다. 

홍가네에서 기름과 세트로 잘 팔리는 것은 김이다. 가게에서 갓 짜낸 기름으로 김을 구우니 김 맛까지도 특별해졌다. 두 상품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갓 짜낸 기름을 듬뿍 바르면 김 맛도 좋아요. 고소한 기름향이 솔솔 풍기니 지나가던 손님들도 멈춰서 김을 사가죠. 예전엔 집에서 김을 많이 구웠는데 요즘은 대체로 사 먹잖아요. 저희 집 김은 옛날 어머니가 직접 구워주던 고소한 김 맛을 살렸습니다.”

홍가네만의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김의 두께, 단맛, 바삭바삭한 정도 등을 체크해 기준에 맞는 김을 사온다. 김 포장지는 직접 만든 가게 디자인을 넣어서 차별화를 꾀했다.

‘맛좋고 질 좋은 제품’은 홍가네 트레이드마크다. 여기에 ‘서비스’까지 더해지니 단골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홍 씨는 20여년 전 가게 문을 열 때부터 그의 아내 남궁숙씨와 함께 친절 서비스의 원칙을 세웠다.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팔면 단골들이 금방 늘어나게 되요. 저희 부부는 손님을 대할 때 15도 정도 아래로 눈높이를 낮추고, 인사법과 화법도 손님 위주로 바꿨어요. 3개월 만에 단골을 모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홍 씨는 서비스 중 하나로 김을 그 자리에서 잘라준다. 김 자르기 시범을 요청하자 즉석에서 김을 접어 2초 만에 뚝딱 써는 숙련된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보통 구운 김을 잘라 주는 곳은 없어요. 손님들이 집에 가서 잘라야 하는데, 그런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썰어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한번 되돌아보면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홍 씨는 설명했다.  홍가네는 깐깐한 물건과 친절로 20년 단골을 쌓아가고 있다. “시장의 경쟁력은 마트와 차별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대박집 사장님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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