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카드, KT에 660억 쓰고 300억 밑져... 퍼줬나 헛돈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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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카드, KT에 660억 쓰고 300억 밑져... 퍼줬나 헛돈 썼나
  • 오창균,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10.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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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마케팅비 해부③] 현대, 대형가맹점 마케팅비 3,218억원
업종별 마케팅 비용 들쑥날쑥... 펑펑 퍼주기에서 급격한 축소까지
성일종 의원 "적자보면서 출혈경쟁... 대형가맹점 퍼주기 중단해야"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제살깎기식 출혈경쟁과 과도한 마케팅 활동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시장경제가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최근 3년 간 마케팅 비용 현황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본지가 15일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재벌 계열사를 비롯한 대형가맹점에 제공한 마케팅 비용은 총 2조8,949억7,900만원에 육박했다.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왜 금융당국이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인지 배경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3일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지적하면서 "제살깎기식 외형경쟁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과도한 마케팅 활동의 자제를 유도하고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해 카드사의 수익성·건전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이 기본 부가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과당경쟁을 막고 소비자보호를 위해선 부가서비스 축소보다 일회성 마케팅을 먼저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태영 대표이사 부회장이 데모데이에 참석한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현대카드

국내에서 카드업계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카드는 최근 3년 간 재벌 계열사를 포함한 대형가맹점에 3,218억7,400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 역시 재벌 대기업의 계열사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이며, 현대차그룹의 현대카드 지분율은 총 72.98%에 달한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배우자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부문장이다. 2015년에는 현대카드가 속한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카드의 대형가맹점 수수료 수입과 마케팅 비용 비율은 일부 업종별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며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2016년 통신3사의 수수료 수입은 총 454억4,200만원, 마케팅 비용은 375억2,400만원이었다. 통신3사 평균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83%다.

유독 KT에 대한 마케팅 비용이 많았다. 현대카드는 KT로부터 수수료 수입 170억9,600만원을 거뒀지만, 마케팅 비용으로는 213억5,300만원을 지출했다.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125%다. 반면 SKT와 LG유플러스의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각각 60%, 51% 수준이었다.
 
2017년에도 KT에 마케팅 비용이 집중됐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KT로부터 194억5,5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고, 마케팅 비용으로는 231%에 달하는 450억300만원을 제공했다. LG유플러스에 대한 마케팅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LG유플러스에 대한 수수료 수입은 108억4,500만원, 마케팅 비용은 129억4,900만원이었다.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119%다.

통신3사 마케팅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 평균은 149%였다. 현대카드가 통신3사를 상대로 벌어들인 수익은 483억7,100만원인 반면 마케팅 비용은 무려 722억1,400만원에 달했다. 몸통보다 머리가 큰 가분수 구조다. 벌어들인 수익보다 지출한 비용이 238억4,300만원 많은 셈이다.
 
2018년 상반기에는 통신3사 마케팅 비용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통신3사에 대한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 평균은 23%다. 통신3사를 상대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247억8,600만원,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58억600만원에 불과했다.

현대카드 가맹점별 수수료 수입 및 마케팅 비용 현황 ⓒ성완종 의원실

대형마트 중에선 이마트에 대한 마케팅 비용이 많았다. 2016년 이마트에 대한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74%로, 홈플러스(57%)와 롯데마트(43%)를 훌쩍 상회하는 모습이었다.
 
2017년에는 이마트로부터 257억8,8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지만, 마케팅 비용으로 비슷한 금액인 250억4,400만원을 지출했다.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97%다. 벌어들인 수익을 대부분 마케팅 비용으로 다시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홈플러스(52%)와 롯데마트(50%)에 대한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18년에도 이마트에 대한 사랑은 이어졌다.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이마트에서 수수료 수입 123억3,500만원을 거뒀고, 마케팅 비용으로 117%에 이르는 144억1,400만원을 제공했다. 홈플러스(50%)와 롯데마트(47%)에 대한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여전히 절반 수준이었다.
 
성일종 의원은 "카드사들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출혈경쟁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태로 재벌계 대기업에 대한 마케팅 비용 퍼주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의원은 "금융당국은 적자라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카드사들의 과당경쟁 구조를 조속히 개선하고, 대형가맹점에 치우친 마케팅 비용을 적격비용으로 인정해 소상공인에 대한 수수료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카드사들의 대형가맹점 마케팅 비용을 주목하며 다양한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 대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를 제고할 여지가 있다"며 구조 개선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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