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근칼럼] 코리아세일페스타 중단하고 유통구조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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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근칼럼] 코리아세일페스타 중단하고 유통구조 개혁해야
  • 이선근
  • 승인 2018.10.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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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원조국인 미국은 연말이면 매점 앞에서 밤샘을 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를 모방했다는 한국은 소비자들이 코웃음을 치고 있다.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강북에서 탱자가 된다더니,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그렇다면 정부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수십억대의 홍보비를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귤’을 먹고 싶은 소비자에게 ‘탱자’를 먹이는 ‘사기극’을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한국에서 세일하는 상품들의 할인율과 품질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

우리 유통구조는 유통사가 제조사에 매장을 임대해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수수료를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 말하자면 유통업자가 아니라 임대사업자들인 것이다. 이러니 자신들의 예상이 빗나가 재고가 남으면 반품해버리면 그만이다. 재고를 털어낼 필요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유통사가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직매입 하기 때문에 신상품이 나오기 전에 즉 해가 지나기 전에 다 팔아야 한다. 재고 털어내기인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자본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이렇듯 미국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토양이 다른 유통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아무리 돈을 써가며 홍보 한다고 해도 실제로 소비자가 느끼기에 할인율과 상품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코세페는 오는 2020년, 5년차까지 정부 주도로 하고 매년 성과 평가를 통해 민간 주도로 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2년이 남은 상황에서 그 보다는 구조적으로 어떻게 할지, 문제를 정확히 짚고 그에 대해 해결방법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그걸 바꾸지 않으면 코세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무늬만 따라하는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단적으로 말해 ‘귤이 탱자가 되는' 한국의 유통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한국 유통구조의 문제점은 코세페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에 롯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수년전 입점업체의 직원을 본사의 업무에 동원했다 적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똑같은 범법행위를 반복했다는 혐의다. 롯데라는 대형유통업체가 무소불위의 갑질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신들이 고용해야 할 판매직원을 입점업체에 할당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에도 동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세일 때도 이런 갑질은 여전하다. 세일 비용을 유통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입점업체에 부담시키고 자신들은 높은 수수료율을 그대로 유지한다. 어떤 경우에도 유통업체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세일을 할 때 늘어나는 판매량에 따른 수수료 총량은 증가한다. 이러니 위기경영, 기획경영은 불필요해진다. 수수료 즉 임대료 총액을 증가시키기 위해 어떻게 입점업체를 약탈할까에만 혈안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유통산업현대화정책을 편 이후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산업생산품의 효율적인 판매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유통자본 본래의 선기능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산업자본에 대한 약탈기능만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생산적인 기능을 잃은 채 수수료총량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확장을 하다 보니 서민의 삶터인 골목상권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원인은 이들이 유통자본을 가장한 임대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유통구조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실질적으로 임대사업자인 대형유통업체에게 임대사업을 중단하게 하고 정상적인 유통업체로 변화하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은 임대료에 대한 조세율을 임대사업자로 영업하는 것이 불리하다고 느낄 지점까지 대폭 인상해야 한다. 그래도 변화를 거부하는 임대사업자들은 유통업체로 착각할 수 있는 백화점, 쇼핑몰, 쇼핑센터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탱자’를 ‘귤’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공정거래회복 국민운동본부 대표 이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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