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칼럼] 명절문화도 건강도 ‘맞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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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리칼럼] 명절문화도 건강도 ‘맞춤’이 필요하다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9.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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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명절 폐지를 청원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이어 19일엔 종가 시어머니를 대신한 며느리의 글도 등장했다. 추석을 앞두고 '명절문화와 제사문화 시대를 반영한 변화가 필요하다' '명절 대신 공휴일을 늘려 달라' 등 명절 관련 청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명절이 적폐처럼 느껴지고 있는 것은 차례와 제사를 혼동하고 있는 것에도 있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제사가 돌아가신 분 중심이라면, 차례는 살아있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명절차례는 ‘가족이 모이는 것’에 의미를 둔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제사에서의 예의는 상에 올리는 음식보다는 제를 올리는 사람의 정성에 있다고 보았다.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극진히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정도에 맞추고, 병이 있으면 근력을 헤아려 무리하지 않아야 진정 효를 다하는 후손의 모습이다.”

문화도 건강도 맞춤이 중요하다. 시대의 흐름을, 개인의 특수성을 담아내야 한다.

한의학적 치료의 장점은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한 기사에 따르면 한의학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의사와 환자 모두 ‘개인별 체질에 따른 맞춤치료’를 꼽았다고 한다. 한의사들은 진찰을 할 때 단순히 질병명을 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증(辨證)이라는 과정을 거쳐 환자의 상태를 재인식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증’이란 환자의 임상 자료를 종합 분석하여 질병의 병리적인 본질을 인식하고 아울러 구체적인 진단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똑같은 비만으로 진단했다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에너지 대사가 떨어져서 살이 찌게 된 것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인체 내 노폐물 처리가 잘 처리되지 않아 점차 문제가 생겨난 것일 수 있다. 

이미 WHO의 개별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대의학 역시 유전적 변이가 어떻게 개인에 대한 치료를 이끄는가를 이해하려 하고 있으며, 약물에 대한 반응이 유전자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는 추세이다.

‘맞춤 치료’하면 한의학에서는 사상의학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사상의학이란 간단히 말해 사람을 4가지 체질로 나누어 각각의 생리병리를 설명하고 치료하는 의학이다. 사상의학자은 비만 역시 체질별로 비만이 나타나는 원인이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사상의학에서 바라보는 각각의 체질 유형은 강한 장부 하나와 약한 장부 하나씩을 갖고 있다. 만약 에너지를 소모하고 배설하는 폐(肺), 신(腎)이 강하다면 살이 잘 안 찌게 될 테고, 에너지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비(脾), 간(肝)의 기능이 강하다면 살이 잘 찌게 된다. 따라서 폐(肺)의 기능이 강한 태양인(太陽人)과 신(腎)의 기능이 강한 소음인(少陰人)은 살이 잘 안 찌고, 비(脾)의 기능이 강한 소양인(少陽人)과 간(肝)의 기능이 강한 태음인(太陰人)은 살이 잘 찐다고 분석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소양인 비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교감신경활성이 우위에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완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바람직한 치료법이다.

먼저 비만치료제를 살펴보자. 비만치료제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섭취는 줄이고, 소모는 늘려주는 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너지 섭취를 줄여주는 약물은 대표적으로 식욕억제제인 우울증 치료제, 교감신경흥분제이고, 에너지 소모를 늘려주는 약물은 한약으로는 마황, 양약으로는 에페드린 함유제제이다. 

요즘 다이어터들에게 돌풍을 일으키는 자가 주사를 놓는 약의 주요 성분인 리라글루티드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한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혈장 글로카곤 농도를 감소시키는 호르몬이다. 쉽게 설명하면 식사를 한 후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만감이 바로 GLP-1이 하는 역할인데, GLP-1과 유사한 물질을 주사해서 그런 상태를 만들고 이미 배가 부르다고 뇌에 거짓말해서 그만 먹으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유독 스트레스성 폭식이 비만의 주요 원인인 소양인들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다. 이들은 유독 식욕억제 약물의 부작용인 불면, 가슴 두근거림, 손떨림이 심하고, 식욕억제 약물로 살을 뺐다 하더라도 중단 후 극심한 요요를 겪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유는 자기 몸에 맞는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나 생활은 맞춤을 지향하면서 유독 약과 음식에 대해서 만큼은 그렇지 않은 것이 못내 안타깝다. 이들에게는 식욕이 아닌 거짓식욕이 문제이며, 항진이 아닌 이완이 그 해결법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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