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48> 중풍과 식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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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48> 중풍과 식치 음식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8.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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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상왕께서 풍병(風病)으로 때때로 발작, 부득이 세자에게 국사를 대리하게 한 것으로 하십시오“ - 세종 즉위년 8월 14일.

태종은 세자인 세종에게 선위를 했다. 새 국왕 등극은 조선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주변국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다. 상왕이 된 태종은 명나라에 보낼 외교문서 내용을 고민한다. 누구나 수긍하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답안 중 하나가 풍병(風病)이다.

태종에게 풍병은 고질병이었다. 상왕으로 물러난 다음 해에 태종은 온천을 찾는 이유로 풍병 치료를 들었다. “내가 본시 풍병이 있다. 이따금 시고 아리다. 대신이 누차 온천을 하라고 했다.” 

태종은 이미 형인 정종의 풍병을 이유로 양위를 받은 바 있다. 태종은 등극 후 명나라에 국서를 보냈다. “친형(親兄)인 공정왕(정종)이 아들이 없어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친형이 갑자기 풍병(風病)에 걸리어 국사(國事)를 맡기었다.” 정종의 전례로 볼 때 태종의 풍병 양위도 무난할 듯 싶었다. 그러나 조선과 명나라는 인적교류를 수시로 한다. 그렇기에 왕과 신하들은 이 안에 대해 장고를 했다.

세종도 풍병을 이유로 명나라 사신 접견을 피했다. 32년 윤1월 18일 실록이다. 조선의 대신은 사신에게 도성에 가도 임금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한다. "전하께서는 풍병(風病)으로 편하지 못합니다. 사신이 비록 왕궁에 가더라도 전하를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세종은 풍병 원인을 여름날 한랭한 곳에서의 생활로 자가진단하고, 온천욕을 치료법으로 떠올렸다. 풍병은 조선 초 왕들과 밀접했다. 오랜 기간 풍찬노숙을 한 건국주 태조도 풍병을 앓았다. 

태조 정종 태종 세종이 모두 고생한 풍병은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태종 때 의정부 찬성 정구는 풍병으로 사직했고, 세종 때 병조판서 조말생도 풍병을 이유로 면직을 청했다. 풍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대마도주 종정무는 태종에게 청심원(淸心元), 소합원(蘇合元)을 포함한 제반 약재를 요청한다. 

풍병은 외풍(外風)과 내풍(內風)이 있다. 풍사(風邪) 침입, 음혈(陰血) 허손(虛損), 높은 열(熱)로 인해 생긴다. 풍 질환의 대표가 중풍이다. 외풍에 의한 풍은 발열, 이동하는 통증, 피부발진, 혀의 굳음이 나타난다. 내풍에 의한 경우는 의식불명, 경련, 눈과 입의 뒤틀림이 일어날 수 있다.

풍병은 탕약, 뜸, 침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이와 함께 음식을 통한 치료도 병행했다. 음식으로 풍사를 없애고, 허한 기를 보강하고, 기의 순환을 촉진을 기대하는 방법이다. 

세종과 세조 때 어의인 전순의가 쓴 식료찬요에는 풍병의 식치법이 소개돼 있다. 많이 사용되는 재료는 대두, 산초, 흰쌀, 흰 참깨기름 등 식물성 16종, 오골계, 고깃국 등 동물성 4종이다. 반신불수, 무통사지불수, 언어장애 등 풍병 제반증상에 적용된다. 음식으로는 의이인죽, 동마자죽, 갈분색병, 삶은 큰콩, 검은참깨볶음, 부추즙, 오골계국이 있다. 

이중에 동마자, 백미 등은 공복에 복용하고, 흰참깨는 종신 복용을 권했다. 질병 치료는 물론 사후관리의 효용성을 본 셈이다. 오골계는 센 불에 푹 고운 다음에 생강, 후추, 파 등을 넣은 뒤 고깃국으로 끓여 먹는다. 동의보감에서도 오골계를 풍으로 인한 언어장애 등에 처방했다. 당나라 시대 식이요법서인 식의식감에는 삶은 곰고기, 창이자즙, 율무죽, 갈분좁쌀밥, 나귀머리찜, 갈분면, 좁쌀죽, 양머리고기찜 등을 소개했다. 

이러한 식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풍병은 음혈허손으로 기인했기 때문인데, 현대의 풍병은 사뭇 다르다. 오히려 체내의 높은 열로 인한 원인이 많으니 내부의 열을 없애는 식치를 발굴, 개발하여 전승해야 할 시점이다. 

<글쓴이 최주리>
조선왕실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로 대한황실문화원 황실의학 전문위원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몸을 보(保)하고, 체중을 감(減)한다’는 한의관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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