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정의'에 발목 잡힌 '은산분리 완화'...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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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정의'에 발목 잡힌 '은산분리 완화'...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차질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08.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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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주력 업종' 정의 놓고 여야 큰 시각차...산업자본 보유 지분 확대도 이견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출석한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은산분리) 정책을 완화키로 한 정부가, 'ICT 주력업종'의 정의에 발목이 잡혔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 제한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ICT혁신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을 풀어 투자를 확대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탄력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총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ICT 비중이 절반이 넘는 곳을 은산분리 완화 대상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정부안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관련 법률안을 심의하기 전부터 '기준이 모호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산 규모 가운데 ICT 비중이 절반을 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무엇을 'ICT 업종'으로 볼 것인지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주말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은산분리 완화 법률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ICT 주력업종'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여야는 30일 다시 회의를 열고 논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일이 촉박해 관련 법률안의 이달 말 임시국회 통과가 불확실해졌다.

특히 여야가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법안과 함께 합의 처리키로 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과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은산분리 완화법 논의에 밀려 심의 테이블에도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야가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두 가지 쟁점 가운데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 확대' 논의는, 총론에서 합의한 이상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여당은 지분보유 한도를 25~34%까지 늘리는 안을 제시한 반면, 야당은 50%까지는 올려야 투자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여야가 수정안을 제시, 간사 협의와 의총 추인 등의 절차를 거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분보유 한도는 34~40%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은행법 상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은 최대 1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의결권 주식은 4%만 보유 할 수 있다.

문제는 'ICT 주력업종'에 대한 기준 혹은 정의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당국이 마련한 방안을 기준으로 하되, 'ICT 주력업종'을 통계청 표준산업분류 상 '정보통신업'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준을 따르면 이동통신사 영화 게임 인터넷포털 시스템통합 등의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 투자의 길이 열린다. 카카오뱅크 2대 주주인 카카오는 보유 지분을 대폭 늘릴 수 있으며, 인터넷포털 1위 네이버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NC나 넥슨 등의 게임 기업이나 SK, LG유플러스 등의 이동통신사도 은행업 진출이 가능하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은산분리 완화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 전자·반도체 브랜드 기업들이 'ICT 업종'에서 빠진다는 모순을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다. 이들 기업이 휴대폰은 물론 전장(자동자 부품),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패널, 텔레메틱스, 폰 커넥티비티, 5G 통신장비 개발 등 전자분야 전 분야에 걸쳐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정부 기준은 현실을 반영치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인터넷기업이 사실상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친여 성향의 진보적 시민단체와 학자들마저 특정 기업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통계청 '고시'에 불과한 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법률을 제정하는 건 '법정 안정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법률 체계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때문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에서는 정무위에서 여야합의로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법안이 이달 말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설립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9~10월 사이에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열어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검토한 뒤, 연말까지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신청을 받는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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