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43> 조선의 군사의학과 금창(金瘡)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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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43> 조선의 군사의학과 금창(金瘡) 치료법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7.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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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영화 남한산성 캡처. 전통시대에는 병장기로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의학이 발달한다.

“경상우도 수군은 수영(水營)에 1천여 명, 각 포구(浦口)에 5, 6백 명이 있습니다. 해변에는 종독(瘇毒)이 매우 심해 감기나 열병 또는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있습니다. 1백 수십 명입니다. 또 열에 여덟이나 아홉은 두통과 복통에 시달립니다.” <세종 16년 5월 27일>

공조참의 장우량이 경상우도 수군의 건강 상황을 보고한 내용이다. 장우량의 상언에 의하면 상당수 병사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으나 병영에는 의원이 없었다. 이에 아픈 병사를 인근 고을의 의학 생도로부터 치료받게 했다. 하지만 지역의 의료수준이 높지 않았다. 글을 알지 못하는 생도도 있었다. 

그렇기에 정확히 진단되지 않는 일도 있었고, 처방도 바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약의 효험이 떨어져 인명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나라의 의원은 1인이 경상지역 육지 60여 군(郡)을 두루 다니면서 백성을 치료했다. 해안이나 섬에서 근무하는 수군은 치료할 여건조차 되지 않았다. 장우량은 수군의 현실을 보고하면서 한양에서 의원 한 명을 보내줄 것을 청한다.

임금은 전의감 혜민국 제생원에서 능력 있는 의원을 선발해 각도에 한 명씩 파견하게 한다. 임기는 1년으로 순환근무다. 또 종9품 의원인 심약(審藥)을 각 도의 감영(監營)과 병영(兵營)에 파견했다. 심약의 임무는 약재 진상과 함께 백성, 군사의 치료였다. 나라에서 보낸 의원과 약재는 군의관도 겸한 것이다.

군의관의 첫 기록은 고려사 권81의 병제(兵制)다. 인종 24년(1146년) 각군(各軍) 군후(軍侯)가 약원(藥員) 5인을 사용하였다는 내용이다. 약원이 의무 활동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시대에는 의원이 병조의 군직(軍職)으로 근무했다.

세종 시대에는 크고 작은 전투가 있었다. 남으로는 대마도 정벌이 있었고, 북으로는 여진세력 축출작전이 계속됐다. 전투는 이질이나 장티푸스 같은 전염성 질병, 다양한 피부병, 자상과 찰과상, 성병 등을 발생시킨다. 그 중에서도 칼이나 창에 베이고 찔린 후의 감염 치료가 급선무였다. 옛 전쟁에서는 칼이나 창 또는 총탄에 의해 현장에서 죽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 때 입은 부상이 악화되고, 전염병이 돌아 사망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따라서 전통시대에는 병장기로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의학이 발달한다. 세종 15년에 편찬된 향약집성방의 금창(金瘡)은 군 의학의 산물이다. 금창은 칼, 창, 화살 등 금속에 다친 상처다. 깊은 자상(刺傷)이나 찰과상의 지혈(止血)은 약초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지혈 처방에 유용한 광물성 약재도 처방된다. 칼에 베인 곳에 쓰는 금상산(金傷散)은 석회가 주성분이다. 석회의 칼슘은 피를 멎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향약집성방의 금창 치료법은 자석, 곱돌, 쇳가루, 말발굽 등을 가루내거나 태워서 바르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 성병치료 방법으로 난발(亂髮)을 기록했다. 머리카락을 태운 재인 난발은 종기 치료와 함께 어혈(瘀血)제거, 지혈효과가 있다.

'음경에 돋은 3~5개의 작은 누창에 피와 고름이 나오면 기름먹인 난발을 약성이 남게 태워 붙인다. 마르게 헌 곳에는 침에 묻혀서 바른다. 또 미음에 난발 태운 가루를 섞어서 식전에 먹는다.'<향약집성방 옹저창양문6>

칼 등의 쇠붙이에 다친 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균이 침입하고, 곪게 돼 환부가 더 커진다. 출혈도 심할 수 있다. 부상 과정에서 내장(內臟)이 손상되면 어혈(瘀血)이 생긴다. 치료는 먼저 어혈 제거하고, 출혈이 많으면 기혈(氣血) 조양을 한다. 처방약으로는 계명산(鷄鳴散), 화예석산(花蘂石散), 복원활혈탕(復元活血湯) 등이 있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로 대한황실문화원 황실의학 전문위원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몸을 보(保)하고, 체중을 감(減)한다’는 한의관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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