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한국 창작뮤지컬 노하우, 대만에 전수하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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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한국 창작뮤지컬 노하우, 대만에 전수하고 올게요"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7.13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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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진출 1호 뮤지컬 '팬레터' 음악 만든 박현숙 작곡가 인터뷰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꿈의 대화 - 뮤지컬 작곡가 박현숙] "한국 창작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박현숙 작곡가의 만남은 지난달 26일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내셔널타이중시어터(이하 NTT·엔티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녀는 "대만은 한국과 다르게 예술감독, 극장장 등 관계자들 80%가 여자였어요. 생각보다 뮤지컬 콘텐츠와 인프라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창작뮤지컬이 발달하면 굉장한 마니아들이 양산될 것 같은 DNA를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팬레터'는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2000석 규모의 NTT 대극장에서 네 차례 공연한다. 대만에서 처음 올리는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공연 기간 대만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작곡가, 연출, 프로듀서 등 국내 창작진이 참여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대만 공연은 NTT에서 여름 시즌 우수한 해외 뮤지컬(창작 1편, 라이선스 1편)을 선정하는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앞서 '헤드윅' 한국 공연이 7월 20~22일 확정한 바 있다. 대만 국립 공연예술 센터 산하 1호 국립극장인 NTT는 최첨단 시설과 격조 있는 예술적 설계를 겸비했으며, 여행객이라면 꼭 가봐야 할 랜드마크다.

박 작곡가는 "NTT 프로그래머가 지난해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중국어 자막을 서비스한 '팬레터'를 본 후 적극적으로 추천했어요. 프로그래머가 OST를 사서 매일 극장에서 틀 정도로 작품을 좋아했고, 그래서 관계자들이 흥미를 가졌다고 해요"라고 밝혔다.

이어 "예술감독이 10년 전에는 한국에 창작뮤지컬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많은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며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대만도 창작뮤지컬 시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의가 높았어요"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오전 뮤지컬 '팬레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제작진과 출연진이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왼쪽부터 작곡가 박현숙, 배우 문태유, 소정화, 프로듀서 강병원, NTT 예술총감독 치유위안. 사진=NTT

뮤지컬 '팬레터'는 1930년대 경성에서 팬레터를 계기로 문인들 세계에 들어가게 된 한 작가 지망생의 성장을 그린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이상과 김유정,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어 당시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 삶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박 작곡가는 "대만 언론과 공연 관계자들이 편지, 문인 등 문학 소재라는 것에 굉장히 흥미로워했어요. 일제강점기 경성시대 문인들의 이야기라고 했을 때, 시대 자체를 공감하고 좋아했어요. 역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극장 정문에 배너를 크게 걸어둘 만큼 홍보를 잘 해줘서 놀랐고 고마웠죠"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팬레터'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창작지원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최종 선정작으로, 한재은 작가가 공모한 대본과 박현숙 작곡가가 쓴 음악이 만나 완성된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에서 올해의 레퍼토리 작품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중국 정부가 내린 한한령(한류제한령)으로 지난해 홍콩에서 열렸던 'K-뮤지컬 로드쇼'가 올해는 다시 상하이에서 오는 10월 개최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모에서 선정한 한국 창작뮤지컬 5편이 소개되며, 이 중 '팬레터'가 뽑히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는 다른 공모전과 달랐어요. 처음부터 아시아를 겨냥하고 대본과 같이 번역 작업을 했어요. 대본이 바뀌는대로 번역도 수정됐죠. 초연 때부터 일본어, 중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아시아 관객들이 찾기 더 쉬웠던 것 같아요."

26일 오전 대만 타이중 NTT 소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팬레터' 제작발표회 하이라이트 시연 장면. 왼쪽부터 소정화, 문태유 '거짓말이 아니야' 공연 중인 모습. 사진=NTT

"대본을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어서 빨리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오선지가 아닌 대본 곳곳에 떠오르는 악상과 코드를 적어놓았어요. 악보화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관객이 가장 좋아해주는 넘버가 '내가 죽었을 때'인데, 가장 먼저 작곡했어요. 대본을 다 읽는 순간 30분 만에 썼죠."

"음악은 경성시대하면 쉽게 떠올리는 아코디언 같은 악기를 빼고 현대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외래 신문물이 획기적으로 쏟아졌던 시대였기 때문에 충분히 개연성이 있을 것 같아 재즈를 바탕으로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미국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끈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은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의 걸작을 남긴 명콤비였다. 살아가면서 일 궁합이 잘 맞는 동료를 만나는 것은 뮤지컬 창작자에게 꿈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박 작곡가에게 있어 한재은 작가는 즐거운 작업을 알려준 '너는 내 운명' 같은 파트너이다. 두 사람은 현재 '팬레터'와는 결이 다른 2인극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의 현대 시대를 배경으로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약간은 어두운 이야기라고 귀뜸했다.

"저희끼리 결혼과 이혼 같다고 하는데, 창작자들이 같이 작업했다가 틀어지고 다시 안 보기도 하거든요. 한 작가님은 오스카와 리처드처럼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에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이 잘 통하고 성향이 비슷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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