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신세계 '베팅 후유증'... 면세점 싹쓸이 되레 독(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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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신세계 '베팅 후유증'... 면세점 싹쓸이 되레 독(毒)?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8.06.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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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확장 유리한 고지 선점" vs "과도한 베팅, 적자 우려"
정유경 총괄사장(가운데)이 이끄는 신세계가 인천국제공항 T1 면세점 입찰 심사에서 DF1과 DF5 두 구역 면세사업권을 모두 싹쓸이하며 면세업계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가 인천공항 T1 두 개 구역 면세사업권을 싹쓸이하며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업계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점유율 증대로 사업확장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과 함께 과도한 지출부담으로 향후 경쟁업체와의 싸움에서 뒤처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신세계는 이번 낙찰로 연매출 9000억 원대의 인천공항 T1 DF1+8(향수·화장품)과 DF5(패션·피혁) 면세점을 독점하게 됐다. 2012년 면세사업 진출 이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면세업계 꽃이라 불리는 향수·화장품 매장 운영권을 거머쥐며 향후 사세 확장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그러나 과도한 베팅으로 인해 ‘독이 든 성배’, ‘승자의 저주’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신세계 측은 “사업확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이번 인천공항과 더불어 7월 강남점 오픈으로 업계 점유율 22%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위 신라와 7%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기존 12.7%에서 단숨에 10%나 점유률이 치솟으며 업계 3강 자리를 꿰찼다. 신세계는 이를 토대로 국내는 물론 해외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확장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나 신라는 이번 인천공항 입찰에 탈락하면서 점유율을 높이진 못했지만 여기서 세이브 된 자금으로 마케팅을 확대해 기존 매출 신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신세계는 무리한 베팅으로 자금 여력이 없어 경쟁업체와의 마케팅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세계는 인천공항 T1 입찰을 수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수 시점을 늦추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임대료에 따른 수익률 저조로 기존 사업자인 롯데는 빨리 인계하려는 입장이고 신세계는 최대한 늦게 인수하고 싶어 한다는 것.

해외진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조한 수익률을 메우기 위해 일명 ‘입찰 돌려막기’로 타 공항이나 시내면세점을 수주해 손실을 줄여야 하지만 현재 올해 나온 국내 입찰은 김포공항이 전부이다. 더불어 해외면세점은 국내와 달리 가격보다 운영 능력을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인천공항 실적이 전부인 신세계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김해공항을 운영한 실적이 있지만 규모가 작아 실적으로 올리긴 민망한 수준”이라며 “인천공항 실적 하나만으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5일 미래에셋대우에서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신세계는 인천공항 T1 면세사업 수주로 인해 바잉파워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높은 임대료 부담 ▲투자 및 관련 비용에 따른 손실 예상 ▲면세시장 공급 과잉에 따른 매출 성장 부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미래에셋대우가 발표한  신세계백화점 리포트 캡처

미래에셋대우가 발표한 신세계 면세점 인천공항 T1 손익 시나리오에 따르면 매년 매출성장 40%+임대료 5%인상을 가정했을 때 2년차까지 2149억의 손실이 예상된다. 3년차가 되면 비로소 흑자로 돌아서며 416억의 신장이 전망된다. 결국 3년차까지 1733억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천공항 T1면세점 평균 성장률이 10~15%인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매년 20%성장에 임대료 3%로 산정해 계산하면 3년간 4084억의 적자가 예상된다. 사드해제로 인한 호재가 예상되지만 결국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 손익으로 따지면 적자로 인해 당장 손해를 볼 것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지배력이 확대 돼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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