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기업 살리자] 초대형 정치 스캔들.. 벤처투자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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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기업 살리자] 초대형 정치 스캔들.. 벤처투자업계 초긴장
  • 임현호,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1.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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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의혹 제기 잇따라…벤처투자 시장 위축 우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벤처투자 업계로 번져갈 조짐이다. 

이에따라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에 따라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벤처투자 시장이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투자 재원은 아직까지 정부 지원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start-up)의 자금줄인 벤처펀드는 현재 정부의 출자 예산이 절반 가까이를 부담하고 있다. 최근 민간 자본의 관심이 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예산 지원이 축소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전후 맥락도 없이 의혹만 되풀이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결국 정부 출자 예산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첫 번째로 의혹을 제기한 대상은 KB인베스트먼트와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글로벌헬스케어펀드(1500억원)'다. 솔리더스인베스트는 차병원그룹 계열인 벤처캐피탈이다. 최근 '최순실 사태'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차병원그룹을 향하면서 글로벌헬스케어펀드도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벤처투자업계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차병원그룹 관련 펀드가 집중적인 의혹을 받고 있다. (차병원그룹 제공)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둘러싼 의혹은 △1500억 규모 펀드 조성 △솔리더스인베스트 운용사 선정 △ 차병원그룹 우회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이번 펀드의 기획부터 향후 운용 방침까지 모두 차병원그룹과 계열사 솔리더스인베스트를 밀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글로벌헬스케어펀드에도 정부 출자 예산이 투입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총 300억 원(펀드 결성총액의 20%)을 지원했다. 복지부측에서는 "최근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특혜는 없었다"고 일축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복지부의 반박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우선 글로벌헬스케어펀드는 2013년부터 국내 제약 산업과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위해 복지부가 기획한 중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본래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펀드'와 '의료 글로벌 진출펀드'라는 이름으로 펀드가 2개씩 조성돼왔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글로벌헬스케어펀드 하나로 통합해 결성됐다. 비록 글로벌헬스케어펀드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했지만 차병원그룹을 지원하려고 급조된 펀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KB인베스트-솔리더스인베스트(Co-GP)'가 운용사로 선정된 과정도 의혹을 제기받고 있다. 솔리더스인베스트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게 핵심 근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특정 펀드를 운용할 적임자인지 여부는 조직 규모에 달린 게 아니라 펀드매니저(투자심사역)의 운용 전략, 과거 이력, 투자 트랙레코드 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KB인베스트와 공동 운용을 맡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KB인베스트는 규모 측면에서도 총 1조 3000억 원 수준의 펀드 13개를 운용해온 중견 투자사다.

복지부는 운용사를 선정하는 프로세스에 정부의 입김이 닿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국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서 △운용사 선정 △투자심사 보고서 점검 △피투자회사 투자금 실사 △중간 점검 등을 전담한다는 설명이다. 

복지부측에서는 글로벌헬스케어펀드가 차병원그룹을 우회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운용사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모회사의 주요 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망이 세워져있는 만큼 불법행위를 자행하면 철퇴를 가할 수 있다.

정부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최순실 사태' 여파로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의혹이 확산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에서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 임직원과 입주 기업 등은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7일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직접 창조경제혁신센터 감싸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센터 운영이 위축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문만으로 얼마되지 않는 예산을 깎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자칫 어려운 스타트업이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됐다. 창업 기업에 대한 교육과 알선, 해외 진출 지원 등을 하나로 묶는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취지였다. 그동안 수많은 창업가와 벤처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특정 정권에서 추진한 과업으로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라도 설립 취지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업의 전면 중단보다는 재정비를 통해 명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대규모 경제 사업은 정부 예산이 계속 투입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치 및 사회 이슈와는 무관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벤처 생태계에 대한 정책 지원의 거점으로 유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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