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31> 조선시대 경호장교의 업무상 과로사
상태바
[세종실록과 왕실의학] <31> 조선시대 경호장교의 업무상 과로사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5.22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캡처

세종은 26년 2월 28일 안질 치료를 위해 청주의 초수로 향한다. 세종은 한양으로 배달된 초수의 효험을 확인한 적이 있다. 임금은 청주 초수에 김흔지를 보내 행궁을 지었다. 그러나 매사 불여튼튼 성향의 세종은 다시 한 번 검증을 한다. 눈의 통증으로 고생하는 청주목사 김췌를 초수로 보내 물의 효험을 확인하게 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임금은 마침내 소헌왕후와 함께 도성을 출발했다. 왕세자와 아홉 살인 영응대군이 동행했다. "초수(椒水) 행차를 호종(扈從)하다가 갑자기 죽었다. 그의 나이 69세였다. 심히 슬퍼한 임금은 조회를 정지하고, 예절을 갖추어 염(斂)과 빈소(殯所)를 차리게 했다." <세종 26년 4월 10일>

숭례문을 나선 어가 행렬은 한강진 동작 양재를 거쳐 다음 날 양지현 남평에 도착했다. 죽산현의 천민천(2월 30일), 진천현의 북평천(3월 1일)을 지나 초수에는 3월 2일에 당도했다. 도성에서 초수까지의 거리는 약 280리다. 따라서 하루에 50~60리 이동한 셈이다. 임금은 초수 행차를 간편히 하도록 했다. 민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다. 여느 행차보다 인원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해도 왕족, 문무대신, 환관, 상궁, 경호원 등을 포함하면 수백 명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 행차 때 69세의 성달생이 과로사 한다. 성달생은 어가(御駕)를 호종(扈從) 했다. 수가(隨駕)나 호종은 임금을 따르며 쫓는다는 의미다. 성달생은 몇날 며칠을 걸으면서 임금을 경호했다. 나이가 많은 그는 몸에 무리가 와 돌연사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제1호 업무상 과로사인 셈이다. 

고령인 성달생은 왜 경호를 했을까. 그는 조선에서 세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첫 무과 장원급제, 아들인 성생과 함께 첫 부자(父子) 경호실장, 그리고 첫 업무상 과로사가 그것이다. 태종을 왕자 시절부터 모신 그는 1402년 조선에서 처음 실시된 무과시험에서 제1등으로 뽑혀 대호군에 임명됐다. 왜구 격퇴와 야인 정벌로 명성을 올린 그는 전라도 도관찰사 겸 병마도절제사, 경상우도 수군도안무처치사, 좌군 총제, 평안도관찰사, 함길도 병마도절제사 등 줄곧 무인으로 살았다. 그가 한양으로 돌아오자 세종은 “오랫동안 외직에서 고생하고, 나이가 들었다. 다시는 경에게 외직을 시키지 않겠다"고 하며 판중추부원사로 임명했다.

그런데 세종이 초수로 행차할 때 경호하다 순직한 것이다. 그는 고령에도 임금을 호종할 정도로 조선 최고의 경호전문가였다. 세종은 그의 죽음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미 소렴(小殮)을 하였는데, 임금이 물었다. "반함(飯含)을 하였느냐." 반함은 저승길 양식으로 쌀을 넣어주는 것이다. 임금은 성달생의 입에는 왕실보화 창고에서 가져온 보패(寶貝)를 물리게 했다. 

과로사나 돌연사는 피로누적으로 인한 심장마비와 관계가 깊다. 동의보감에서는 만성피로를 허로(虛勞)로 설명한다. 허로는 몸의 구성요소가 부족한 상태다. 증상에 따라 몸의 오장이 과로하는 오로증(五勞證), 몸 겉이 버거워지는 육극증(六極證), 정력이 약화된 칠상증(七傷證) 등으로 구분한다. 또 혈색이 흐리고 눈이 어두워지는 간허(肝虛), 기혈이 약한 심허(心虛), 제대로 먹지 못해 마르는 비허(脾虛), 기침과 가래에 숨이 가파른 폐허(肺虛), 정신이 혼미하고 뼈마디가 쑤시는 신허(腎虛)가 증상이 있다. 처방에는 쌍화탕(雙和湯),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사물탕(四物湯), 천진원(天眞元), 인삼고(人蔘膏),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 등이 있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로 대한황실문화원 황실의학 전문위원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몸을 보(保)하고, 체중을 감(減)한다’는 한의관을 전파하고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