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N] 연말 적시는 '폭탄酒'... 충청·대학생 검색 압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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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N] 연말 적시는 '폭탄酒'... 충청·대학생 검색 압도적
  • 박규빈 기자
  • 승인 2018.05.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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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12월부터 1월까지 평소 검색량 2배 급증
86년 ‘국방위원회 회식난투극 사건’후 트렌드로
2018년 대한민국의 밤은 변화무쌍하다. 찜질방, 편의점, 올빼미 버스부터 모텔, 클럽, 폭탄주까지 다양한 밤문화가 존재한다. 이번주 [트렌드N]에서는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금기(禁忌)'시 해왔던 밤 문화를 이슈별로 조명해 사람들의 행동패턴 변화를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소폭, 양폭, 금테주, 드라큘라주, 고진감래주...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종류도 다양하고 동네마다 사람마다 제조법도 제각각이다. 대한민국 대표 술 문화로 자리잡은 폭탄주 트렌드는 어떨까? <시장경제>가 구글과 네이버 트렌드를 통해 사람들이 최근 1년간(2017년 5월22일 ~ 2018년 5월21일) 폭탄주를 얼마만큼 검색하는지 알아봤다.

먼저 폭탄주를 가장 많이 검색한 지역을 살펴봤다. 그 결과 충북이 1위였고 충남이 2위 서울이 3위로 나타났다. 술 소비와 별개로 관심도 면에서 충청권이 가장 높았음을 알수있다. 다음으로 전북, 경남, 경기, 부산 순으로 검색량이 많았다. 폭탄주를 가장 많이 검색한 나이대는 19~24세였다. 여타 그룹들에 비해 검색지수가 월등히 높았다. 대학생 술 소비량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폭탄주를 가장 많이 검색한 지역 순서 / 사진=구글 트렌드
19세~24세 연령대의 폭탄주 검색지수 / 사진=네이버 트렌드

시기별로 보면 12월부터 1월까지 제일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말인데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겹쳐 관심이 급증했다. 연말 모임이 잦아지고 스포츠 경기를 흥겹게 보기 위해 폭탄주를 검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 높은 달은 3~4월. 꽃피는 춘삼월은 날이 풀려 외식이 많아지는 시기다. 주종에 대한 관심도가 높여져 폭탄주 검색량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폭탄주의 남자와 여자의 검색 비율은 어떨까. 사회 통념상 영업직군이 많은 남성이 여성 보다 더 많이 검색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예상 밖. 어느 특정 성별이 더 많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검색량을 보였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위가 남성, 아래가 여성 검색량 지수이다.

남여 폭탄주 검색량을 보여주는 그래프... 위가 남성, 아래가 여성 / 사진=네이버 트렌드

◇ 폭탄주 유래와 영화 속 ‘폭탄주’ 장면

폭탄주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폭탄주는 ‘붐 샷(Bomb Shot)’이라고 불렸다. 맥주를 담은 컵에 양주를 부어 ‘섞어 마신다’는 의미다.

폭탄주 원조는 우리나라가 아니다.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노동자들이 퇴근해서 싼값에 빨리 취하기 위해 위스키와 맥주를 '섞어 마신 것'이 시작이었다. 러시아에선 20세기 초 시베리아로 간 노역자들이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보드카와 맥주를 섞어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혹시 1993년 개봉된 영화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기억하는지? 청춘 아이콘 브래드피트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몬타주 한 강가 마을의 가족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 영화로 ‘플라이 낚시 장면‘의 포스터로도 유명했다. 여기서 둘째 아들 브래드피트가 형과 함께 동네 펍에서 호프잔에 양주 스트레이트잔을 떨어뜨려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양폭' 방식과 똑같다. 영화 속 시대배경이 1900년대 초이니 폭탄주는 훨씬 더 이전부터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 대한민국을 뒤흔든 '폭탄주' 사건들

대한민국 폭탄주 문화는 1986년 ‘국방위원회 회식 난투극 사건’을 시발점으로 오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정치사회사를 뒤흔든 대형사건사고 뒤에는 폭탄주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시대별 주요 이슈들을 살펴봤다.

-1986년 3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식 난투극 사건’

이 사건은 국회의원들과 육군 장성들이 술자리 자리에서 벌인 싸움이다. 당시 이들이 마시고 있던 술은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는 일명 ‘양폭’, 이 사건으로 고위직들의 폭탄주 문화가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따라 마시게 됐다.

-1995년 8월 ‘노태우 비자금 사건’

서석재 당시 총무처 장관이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4천억원대 비자금 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해당 발언 직후 박계동 의원이 비자금을 폭로해 세상에 알려졌고, 노 전 대통령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1999년 6월 9일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검찰이 폭탄주 때문에 빚어낸 흑역사다. 이 사건은 IMF로 공기업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던 1999년에 벌어졌다. 당시 대전고등검찰청장으로 내정된 진형구 검사장은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다가 “사실상 우리가 파업을 유도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진 검사장과 김태정 법무장관은 옷을 벗었다.

-2006년 2월 24일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

최연희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한 고급 한정식집에서 동아일보 기자들과 폭탄주를 동반한 회식자리를 가졌다. 이때 최 총장이 동석한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최연희 총장은 한나라당에서 제명조치 됐다.

-2014년 3월 14일 ‘포항 폭탄주 이모’ 등장

최근 몇 년간 폭탄주 하면 가장 화제거리는 단연 ‘포항 폭탄주 이모’였다. 포항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폭탄주 이모 함순복 씨는 한 주류회사가 발급한 소맥 자격증을 보여주며 화려한 손기술의 폭탄주 제조영상을 공개해 스타가 됐다. 함씨는 “먹고 살려다 보니 10년 째 폭탄주를 만들게 됐다”며 “만드는 방식에 따라 레인보우주, 일출주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2015년 11월 19일 ‘영화 ’내부자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상황이 영화 속에서 등장한다. ‘개돼지’ 발언으로 유명한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유력 대권 후보인 장필우(이경영 分)가 허리를 돌려 폭탄주를 제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관객들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이 폭탄주는 ‘꼬탄주’라는 유행어로 회자되면서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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