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창조경제센터..지자체마다 예산 삭감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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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걸린 창조경제센터..지자체마다 예산 삭감 바람
  • 임현호 기자
  • 승인 2016.11.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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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기업 살리자]

<편집자 주> 

시장경제신문은 22일부터 '풀뿌리기업 살리자'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 사이에 신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수출길이 험난해지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정치스캔들로 내수경기가 위축돼 한국 산업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 벤처기업들이 한계적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에 시장경제신문은 '풀뿌리기업 살리자' 시리즈를 통해 우리 풀뿌리기업들의 현재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코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편달, 제보 부탁드립니다.

풀뿌리기업이 살아나야 경제가 삽니다. 풀뿌리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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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기업 살리자]

지난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스타트업경진대회 `매스 챌린지`에서 보안전문업체 이와이엘(EYL)은 최고상인 다이아몬드상을 거머쥐었다. 세계 5500여개 스타트업이 출전한 가운데 128개 팀이 본선에 올랐고, 위너(winner)로 선발된 26개 팀 가운데 최종 우승했다. EYL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K챔프 3기 보육기업으로 육성된 기업이다. 

EYL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서 자라 온 벤처기업이 글로벌 스타트업계에서 인정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미국가전협회가 수여하는 `2017 CES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스마트업 망고슬래브가 컴퓨터 부속부품 분야 최고상, 솔티드벤처가 웨어러블 분야 혁신상을 각각 따냈다. 이들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 기업이다.

세계의 스타트업 기업들 가운데 한국의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3년여 동안 벤처 창업 붐 조성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정부는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 등 10여차례 벤처창업 대책을 마련·추진하고 벤처창업 생태계 내 선순환을 가로막고 있던 스톡옵션·M&A 제도 개선 등 병목 현상 해소에 힘을 쏟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구 대상이라며 “2년 남짓한 혁신센터 생태계는 소중한 자산으로, 새로운 정부에서 계속사업으로 이어받더라도 순수한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진전 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을 끌어들여 전국 17곳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벤처기업들으 창조경제 역풍을 맞을까 떨고 있다. 

각종 정책성 지원금과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투자금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해 환호했던 벤처업계에서는 창조경제가 오히려 주홍글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들에게 여전히 창조경제의 의미는 모호하지만, 모든 정부 부처가 성과를 내기 위해 안달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에는 반드시 '창조경제'가 굴비처럼 엮여있다.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고용노동부), '벤처·창업 활성화를 통한 창조경제 구현' (기획재정부), '지역내 창조경제 생태계의 구심점이 될 창조경제혁신센터'(미래창조과학부) 등 사례는 넘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의 ‘녹색성장’처럼 ‘창조경제’도 박근혜 정부의 퇴진과 함께 용도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과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모두 불안감에 떨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다. 정부는 이 센터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구현할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관련 예산을 2015년부터 대대적으로 편성했다. 대통령은 센터 개소식에 직접 참석하며 대기업을 독려했다. 

각 센터는 삼성, 현대, LG 등 17개 대기업이 맡아 운영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과 경력이 없어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인들을 위해 대기업이 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기술 지원과 마케팅 조언 등을 해주는 역할을 했다. 

지역의 특성이나 대기업이 가진 역량에 맞춰 센터마다 테마가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은 CJ가 '문화, 도시라이프'를 주제로 관련 벤처기업 육성에 나서고 현대중공업은 울산에서 조선, 의료기기를 테마로 창업, 벤처 지원을 하고 있다.

운영자금은 사업 초기인 2015년에는 기업이 많이 냈지만 점차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2015년에 전체 운영비 중 정부와 지자체 비중이 47%였는데 올해는 77.9%로 치솟았다. 그러나 내년의 경우 정부 예산안만 짜여진 상황이고 지자체와 기업은 아직 지원액을 결정하지 않았고 최근 대폭 삭감하거나 아예 없애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내년 센터 관련 예산을 20억원으로 편성했다가 전액 삭감했고 다른 지자체도 예산 삭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될 가능성이 높고 기업들은 센터에 대한 정부 방침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센터 17곳의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는 문화계 황태자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차은택 씨의 측근이 세운 회사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설립한 지 한 달 만인 작년 3월 센터와 3억4000만원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역시 검찰 수사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센터를 운영하는 민관 합동 창조경제 협의회에 뒤늦게 멤버로 합류하며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센터 운영비는 작년 1000억원이 넘었다가 올해 731억원으로 줄었고 내년은 정부가 편성한 472억원이 전부인데, 이 마저도 줄어들 전망이다. 센터 뿐 아니라 박근혜표 창조경제 관련 정책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날을 세우고 있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거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던 벤처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올 게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출범 이전부터 균열의 소지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밀었던 '녹색성장'이라는 슬로건이 다음 정권에서 금기어로 낙인 찍혀버린 것처럼 창조경제도 이 정권 말이면 용도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기업과 벤처 창업가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우선 지역 선정부터가 문제였다. 대기업이 센터를 열 지역을 직접 고르고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대기업과 지역을 짝지어줬다.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거나 지역 연고 야구팀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상당수 기업이 큰 인연이 없는 지역에 센터를 열고 수십억원의 돈을 부담해야 했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A기업은 정부로부터 지방에서 센터를 열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알고보니 그 지역에 창고가 있어서였다. 역시 본사가 서울인 B기업은 지방에 자회사의 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그 지역의 센터를 담당하게 됐다. 

센터마다 테마를 정해준 것이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각 지역별 산업 특성과 대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사업 분야를 고려해 센터의 특화사업 분야를 정해줬다. 

센터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운영인력을 구하는 일도 어려워지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센터장 자리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달 센터장 모집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1명에 그쳐 최근 재공고를 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 모집공고에는 마감일에 지원자가 2명에 그쳤다. 

센터가 언제까지 운영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좋은 인력을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 센터에 고용돼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우량 벤처기업에게로 투자가 몰린다는 문제점도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최근 센터가 언제 문닫을지 모르니 다른 일을 빨리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센터를 통해 정책자금을 대규모로 지원받은 벤처기업 중에서 민간기업의 투자 유치를 받은 경우가 극히 드물어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센터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6개월 챌린지 플랫폼'은 최대 6개월 간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사업화를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159개 과제에 대해 지원이 이뤄졌는데 이중 민간기업의 투자유치로 연계된 경우는 올해 상반기 기준 10개(6.3%)에 불과했다. 서울센터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부 지원금인 19억5300만원이 53개 과제에 투입됐는데, 이중 1개 과제만 민간에서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17개 중 10개 센터는 단 한 건의 민간 투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국내 벤처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최근 분위기가 오랜 기간 투자가 필요한 벤처 생태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에 입주한 A기업 임원은 "정권이 바뀌고 창조경제 지우기를 위해 벤처 지원을 줄인다면 국내 스타트업에는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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