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휴업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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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휴업권' 보장해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9.01.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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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가맹점주 협의회 연석회의 정종열 가맹거래사
정종열 전국 가맹점주 협의회 연석회의 가맹거래사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길가맹거래사무소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내에는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500여명밖에 되지 않는 희소한 자격증이 있다. 가맹거래사이다. 지난 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의 이목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던 가맹사업계에서 가맹점주와 가맹본사의 분쟁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직업이다. 가맹점주들의 편에 서서 가맹점주들을 대변하고 있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정책국장 정종열 가맹거래사를 만나 가맹산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들어봤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의 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선후배들 중 가맹거래사들이 많은 영향으로 가맹거래사의 길을 걷게 됐다. 2011년에 가맹거래사 자격을 취득해 가맹점주 단체의 일을 주로 하고 있다.

△ 가맹거래사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어떤 직업인가?

- 2002년에 가맹사업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된 제도로써 국가자격사이다. 도입된 이후 계속 성장해 왔다. 현재 전국에 등록돼 있는 가맹거래사는 500여명 정도이지만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거래사는 약 50여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가맹본사에 취업해 본사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가맹거래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분쟁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가맹점주를 대신해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대행하고 의견 진술 등의 일을 하고 있다.

△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무엇 하는 곳인가?

- 가맹점주가 개별적으로 본사와 불합리한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면 받아지지 않아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한 곳이다. 각 가맹 브랜드끼리 개별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다(가맹점주협의회)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연합단체인 연석회의를 결성하게 됐다. 파리바게트나 피자헛 등 대형 가맹사업 본부의 27개 가맹점이 가입되어 있고 현재는 추가로 2곳이 가입 절차 진행중에 있다.

△ 우리나라 가맹사업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가맹본사는 4,200여개이며 브랜드는 5,600여개로 추산하고 있다. 가맹사업에 소속된 가맹점주는 23만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가맹사업의 구조임에도 등록되지 않은 곳까지 감안하면 최소 30만~50만 명의 가맹점주가 있다. 가맹사업 시장의 연간매출액은 50조원에 달한다. 종사자 수는 가맹점주 30만과 피고용자 120만을 합해 토탈 150만명으로 추산한다. 통계에 의하면 가맹점주 1인당 평균 고용자수 3.7명이라고 한다. 전체 산업의 영업이익이 7.5조원 정도이며 이중 2/3은 가맹점주가 나머지는 가맹본사가 가지고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분쟁조정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사건이 있는가?

- 편의점인 미니스톱의 경우 본사가 조정신청에 응하지 않아 20여명의 가맹점주들이 87일에 걸쳐 시위를 해서 협의를 이끌어낸 사건이 있다. MVP급 갑질로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던 미스터 피자의 농성도 기억에 남는다. 미스터 피자 가맹점을 그만 두고 나와 피자연합을 차렸던 회장이 사망에까지 이른 사건 등 대부분 가맹점주들 입장에 서서 사건을 이끌어왔다.

△ 연석회의가 발족한 것은 언제인가?

- 2016년초에 발족해서 2년여가 지났다. 각 가맹점별로 협의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친목단체나 상조회 등의 공동체가 있었다. 그래서 전체 가맹점주의 공통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자유롭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의 소지 때문에 원활치 못했다. 2013년 단체 구성권이 도입되면서 거래조건협의요청권(협상권)이 도입되었으나 협상권은 강제조항이 아니라 한계가 있었다. 제도적 틀 안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집회 시위 등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도 요청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화될 기대가 커지고 있다.

△ 몇 해 전 일본의 대법원은 편의점 가맹점주를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판시했다. 그렇다면 협상권도 노동3권의 일부로 봐야 하나?

- 일반 가맹사업 모델은 소자본을 가진 점주와 결합이 돼서 우수한 기술을 일반화하는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는 산업이다. 무형적 가치와 소자본이 만나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편의점 업종은 과도기에 있는 산업이다. 편의점주는 소자본을 가지고 대규모 유통자본과 결합된 구조로서 상대적으로 노동력과 결합되는 구조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공업생산모델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동자적 지위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도 이와 같은 접근을 한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가서 항의를 하고 싶어도 단체행동권이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3권처럼 휴업권이나 일시중지 등의 권리를 주어야 마땅하다. 사실 휴업권은 행사되는 경우가 거의 미미하겠지만 가맹점주들에게 상당한 무기가 될 것이다. 특히 가맹본부의 갑질을 근절하는데 있어서 특단의 대책이 되리라 본다.

△가맹점주 협의회가 구성되지 않는 가맹점들이 대부분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 자영업자의 속성은 노동자와 지위가 많이 다르다. 노동자는 본사와의 관계에서 해고를 당하면 수입만 멈추지만 가맹점은 투자한 자본까지 날린다. 수입은 물론 없어진다. 경제적 파탄으로 가게 되고 사회보장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노동조합에 비해 조직구축하기가 몇 배는 어렵다. 가끔 언론을 장식하는 것처럼 가맹본사가 아주 지저분하게 굴지 않으면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지시에 순응한다.

△ 협의회 구성을 막는 본사는 없는가?

- 가맹본사들이 거의 대부분 협의회 구성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협의회가 구성된 가맹점들도 본사의 와해공작이 끊이지 않는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지난해 선거에서 어용성향의 점주를 출마시키고 일반 점주들은 총회장에 못 가도록 했다. 모 점주의 양심선언으로 사태가 알려졌다. 우리나라 가맹사업의 현 주소이다. 성숙되지 못한 산업으로 인해 진통기에 있는 체계라고 생각한다. 진통기를 슬기롭게 벗어나지 못하면 퇴화하거나 정체될 수 있다. 어렵사리 가맹점주 협의회를 구성해서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또 하나의 단체(어용협의회)가 생겨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 많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가맹점 업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비도 늘어날 수 있고 매출도 늘어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고용주들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임금인상이 있어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소득이 220만원인데 소득을 올리거나 수수료나 임대료 등에 대한 합리적인 배분을 통해 지불능력을 확대하면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늘릴 수 없다. 고용효과도 상당하지만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 슬기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편의점 업계를 중심으로 고용원이 줄어든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점주들의 근무시간이 늘어났다.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줄거나 고용인원이 줄어들었다.

△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가맹점업계의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현재 우리나라의 가맹사업은 과도기에 있다. 5년여 전에 편의점주가 가맹본부의 노예라고까지 명명될 만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했다. 24시간 영업을 강제하는 규정을 개선하려고 할 때 가맹본사들은 편의점의 위기론을 들어 반대했다. 그러나 제도를 개선하고 5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편의점이 최고의 활황기를 누리고 있으며 본사의 수익도 대폭 늘어났다. 최소한의 제도적 균형을 갖추게 되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 많은 이익이 발생했다. 안 가본 길이라고 무섭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 미국에서도 80년대에 가맹본부의 수익이 줄면서 물류마진 때문에 점주와 본부간에 다툼이 발생했다. 그러다가 본사가 물류마진을 포기하고 점주들과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그러자 점주와 본사의 수익이 늘어났다. 수익이 늘어나니까 출점이 늘어났다. 본사의 수익은 또 그만큼 늘어났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대규모 가맹본사를 중심으로 구매협동조합이 활성화됐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와 가맹사업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한다면 그런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방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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