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메뉴 스테이크 하나... 얘들 하교땐 식당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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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메뉴 스테이크 하나... 얘들 하교땐 식당 공유해요"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4.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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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신봉동 신시가지 ‘엄마는 스테이크’를 가다

식당의 휴식시간인 브레이크 타임에 식당의 공간을 이웃들과 공유하는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다. 아이들의 하교길인 오후 3시부터 학원가는 시간인 4시까지 엄마들에게 무료로 식당공간을 나눠준다. 손님들이 손수 음식을 준비해 와서 먹고 가도 아무 상관없다. 날씨가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한 공간을 나눠준다. 혹여 손님이 커피라도 한 잔 팔아주면 커피값의 절반은 학교에 기부를 한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엄마는 스테이크' @시장경제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신시가지에 자리잡고 있는 ‘엄마는 스테이크’.

음식점에 들어가면 대부분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되지만 ‘엄마는 스테이크’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식당 가운데 냉장고에 붙어 있는 “온리 원 식당입니다. 스테이크 하나를 합니다”라고 씌어있는 문장이 말하듯 오직 스테이크 한가지 뿐이다. 텐더로인, 립아이, 스트립로인, 티본 등 스테이크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곳은 오직 부채살스테이크 한 가지 뿐이다.

손님이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고 굳이 고민을 해야 한다면 스테이크에 딸려 나오는 선택메뉴(우동류 3종과 카레라이스)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과 2만원, 3만원 중 한 가지를 고르는 일이다.

'엄마는 스테이크'의 단일메뉴인 부채살 스테이크 @시장경제

대부분의 온리원 식당이 그렇듯 음식맛은 어디에 내 놔도 뒤처지지 않는다. 값비싼 호텔에서 속 더부룩한 스테이크를 먹으며 ‘우아’(?)떨지 않고도 특별한 맛을 느끼기 충분하다.

‘레어’상태로 구워져 나오는 스테이크는 식탁 가운데 놓인 가스렌지 위에서 손님의 취향에 맞게 구울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다. ‘스테이크는 피맛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은 바로 먹어도 좋을 정도로 주방에서 살짝만 익혀 나온다. 스테이크와 세트로 딸려오는 바지락 떡볶이는 자칫 느끼하게 생각될 수 있는 스테이크의 맛을 돋구는 이색 메뉴이다.

브레이크 타임때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위해 가게 한 구석 손님전용 대형 냉장고를 마련해 놓고 있다. 손님들이 싸 왔던 음식을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대개 스테이크 집이라고 하면 럭셔리한 분위기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이 곳은 평범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백반집 정도의 느낌이다. 눈에 띄게 특별한 인테리어는 없지만 가게 한 켠에 붙여 놓은 ‘손님돈’이라는 주인장의 재치있는 넋두리가 눈길을 끈다.

“식당의 재료는 손님이 주실 돈으로 사는 겁니다. 제 돈으로 사는 게 아닙니다. 손님이 계산하실 음식값으로 제가 먼저 시장에서 준비하는 겁니다. 제가 먹을 게 아니라 손님이 드실거라서, 제 돈이 아니라 손님의 돈으로 사는 재료라서 그래서, 최고로 좋은 재료를 준비합니다. 그것이 쌀이건, 배추건, 고춧가루건 최고 품질을 삽니다. 손님 돈으로 사는 거니까 아낄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해 7월에 가게 오픈을 해서인지 브레이크 타임에 식당공간을 엄마들과 공유한다는 소문이 덜 퍼져서 아직까지 브레이크 타임에 식당을 찾아주는 엄마들이 북적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지배인의 설명이다.

쉬는 시간에는 가게의 공간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며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이 남겼다는 말 한 구절이 생각났다.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상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義)를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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