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23>왕실의 태교와 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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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23>왕실의 태교와 식치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4.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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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궁궐의 태교 음식으로는 잉어, 붕어, 가물치, 오골계, 콩 음식, 버섯, 대추, 굴, 식혜, 약과, 해삼, 멍게, 김, 미역, 순무씨죽 등 다양하다.

"선비(先妣)께서는 성종의 배필로 곤전(坤殿)의 지위를 내전에서 바로하고, 국모로서의 예를 육궁(六宮)에서 본보이셨다. 또 나를 가지면서 일찍이 태교(胎敎)를 잘 하시었다.“ <연산군일기 10년 5월 6일>

연산군이 폐비 윤씨를 제헌왕후로 추숭하면서 내린 대사면 교지의 글이다. 연산군은 어머니의 태교로 오늘의 성대함이 있음을 적시했다. 조선 왕실의 태교는 세종의 맏딸인 정소공주를 필두로 정희왕후, 연산군, 인종 등에게서 보인다.

왕실에서는 태교를 매우 중요시했다. 다음에 왕이 될 왕자가 태아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으면 훌륭한 자질을 갖고 태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소극적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좋지 않은 것을 예방하는 개념도 있었다. 이는 조선이 받아들인 성리학의 미리 준비하는 개념과도 맞았다. 유교 입국을 선언한 조선은 태교 철학을 통해 성리학적 가치관을 확산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개인마다의 기질의 차이를 극복하고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했다.

이는 영조와 손자인 세손(정조)의 대화에서 잘 나타난다. 영조가 물었다. "소학은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열녀전(列女傳)의 내용이 들어 있는가.“

이에 대해 경연관은 "사람이 생겨난 근본으로부터 말하기 때문에 첫머리에 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임금이 또 물었다. "어린아이가 뱃속에 있는데, 그 어머니가 어떻게 가르치는가." 세손이 대답했다. "아기를 배어서 움직일 때나, 고요히 있을 때나 착한 일을 행하면 그 아들이 나서 저절로 어진 사람이 됩니다. 그러므로 아기를 가졌을 때 태만할 수 없음을 보인 것입니다."

태교의 방법 중 하나가 섭생이다. 먹거리에서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음식은 조선인의 사고체계에 자리 잡은 음양오행으로 풀이해 선택했다. 음식의 성질에 따라 분류를 하고, 요리와 상차림 때 상생관계가 유지되도록 식단을 꾸렸다. 가령, 더운 여름에는 수(水)의 성질인 콩이나 목(木)에 속하는 닭고기로 몸을 보하게 했다. 음양오행론은 우주의 변화와 인간의 생로병사를 음양과 오행의 순환 이치로 보는 철학이다. 음식도 임부와 태아에게 신체 조화와 균형을 꾀하는 것을 찾게 한 것이다.

세종때 편찬된 태산요록에서는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도록 했다. 식치 개념의 이유로는 태아의 오장(五臟)이 다섯 가지 맛(五味)으로 생성됨을 들어서 태교 시 섭생이 잘못되면 태아가 정상 발육하지 못함을 경고하였다. 율곡 이이가 선조에게 올린 성학집요에도 임신부는 이상한 맛의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하고 있다. 

태산요록은 당시 산과의사와 조산원들의 참고서로 널리 이용되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 및 과학 발전의 제약성으로 인해 현재와 비교했을 때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내용도 일부 있다. 따라서 비판적으로 참고해야 한다.

궁궐의 태교 음식으로는 잉어, 붕어, 가물치, 오골계, 콩 음식, 버섯, 대추, 굴, 식혜, 약과, 해삼, 멍게, 김, 미역, 순무씨죽 등 다양하다. 특히 오골계나 묵은 닭을 잉어, 전복, 해삼 등과 함께 끓인 용봉탕은 임신부는 물론이고 왕실가족이 보양식으로 즐겼다. 고종의 즉위 30주년과 탄신 40년을 기념한 잔치에 오른 용봉탕에는 닭, 잉어, 달걀, 무, 미나리, 파, 표고버섯, 안심 쇠고기, 두골, 전복, 해삼, 잣 등이 들어갔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로 대한황실문화원 황실의학 전문위원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몸을 보(保)하고, 체중을 감(減)한다’는 한의관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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