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자연은 두 번째 고향이자 어머니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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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자연은 두 번째 고향이자 어머니의 품"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4.05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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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도 쉴 틈 없는 산골생활에 행복한 64세 정진철 씨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자연인 정진철 씨. 사진=MBN

[슬기로운 자연생활 - 정진철 씨]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4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집 한 채에 살고 있는 정진철 씨(64)다. 

조금 삐뚤삐뚤한 집이지만 정진철 씨가 직접 만든 보금자리이다.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자연인은 "첫째 형은 공부하기 위해 타지로 나갔고, 둘째 누나 역시 일찍 결혼을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제가 대를 이어 농사를 짓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농사짓는 게 싫었던 자연인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싸움을 하고 다녔다. 부모님은 철없던 아들의 앞날을 위해 중장비 기술을 배우기를 권했고, 18살 어린 나이에 중장비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중장비 기사들이 없었기에 회사원들의 3~4배 되는 큰 돈을 벌었으며,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건설현장까지 파견됐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던 그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형제들 중 유일하게 부모님의 속을 썩였던 그는 조용한 산골에서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아버지를 떠나보내게 된 것에 마음 아파했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시고 싶었지만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중장비 운전을 조금 더 하기로 했다.

하지만 작업 중에 갑자기 눈이 희미해졌다. 백내장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으나 두 눈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고, 천식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졌다. 결국 일을 정리하고 6년 전 어머니를 모시고 산으로 들어왔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과일 나무를 심고, 함께 동물들을 돌보며 마음의 빚을 조금씩 갚게 됐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 것. 자연인은 어머니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제2의 고향 이곳에 남아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 여행 한번 간적 없었던 무심한 아빠였지만 이제는 아내의 건강을 위해 약초를 심고, 자녀들이 놀러올 수 있도록 산속 오두막을 가꾼다. 따스한 봄기운이 찾아오면서 자연인은 요즘 벌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자연인은 "전염병이 돌았기에 벌이 안 든 줄 알고 겨우내 관리도 안 했는데 벌은 기특하게 꿀까지 가득 만들어놨다"면서 수분이 날아가 더 진해진 토종꿀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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