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의외로 쉬운 독립예술영화, 자꾸 보면 빠져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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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의외로 쉬운 독립예술영화, 자꾸 보면 빠져 들어요"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4.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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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일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 이안 관장 인터뷰
"용산서 20분 거리, 수도권 다양성영화 허브로 만들 것"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인천 영화공간주안의 이안 관장. 사진=이기륭 기자

[꿈의 대화=이안 영화공간주안 관장] "우리나라에는 예술영화 전용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대기업에만 맡겨두지 말고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다양한 영화를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지난 6일 인천의 영화공간주안으로 첫 출근한 이안 관장에게 극장이란 수익사업을 하는 곳이기에 앞서 어떤 독립·예술영화도 소외되지 않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007년 4월 30일 개관한 영화공간주안은 인천광역시 남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설립한 인천 유일의 다양성 예술영화전용관이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국내외 최신 예술영화, 소중한 한국독립영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 4개관과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다목적 소공연장 컬쳐팩토리까지 다채롭고 편안한 문화 시설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안 관장은 "운이 좋았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왔다. 영화공간주안에서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곳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걸지 않는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사진=이기륭 기자

영화관다운 영화관이 내 지역에 있다는 것.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지역민들에겐 쉽지 않은 이 조건이 영화공간주안에서는 모두 충족된다. 2018년 2월까지 상영 프로그램은 2000여편에 달하며, 2017년 10월 기준 총 관객수 45만6000여 명을 기록했다.

상영사업으로 매년 상·하반기에 열리는 '프랑스·스웨덴영화제', 중국 우수영화를 상영해 중국 문화를 알아가는 '시네마차이나 인천', 영화 관계자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영화공간주안 시네마토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평균 7개 작품을 매일 상영한다. 영화공간주안이 보다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인천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멀게 느껴질 수 있는데 1호선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고, 서울 용산 역에서 20분이면 올 수도 있다. 수도권 다양성영화의 허브로 만들고 싶다."

세계 최초 시네마테크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초대 관장 앙리 랑글루아는 "영화는 좋은 영화, 나쁜 영화가 아니라 봐야 하는 영화만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오면서 영화관을 선택할 기회는 늘어났지만 영화를 선택할 기회는 오히려 줄었다. 이런 현실은 대기업의 투자·제작, 배급, 상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에 있다.

이 관장은 "어느 영화관에 가더라도 모두 같은 영화를 걸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의 지원도 있고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서 시설도 나쁘지 않은데 대기업이 특정 영화를 단독개봉하는 배급 독점으로 상영을 못 하기도 한다"며 한국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에 대해 지적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2007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다양성영화'라는 용어를 만들어 상업영화와 구분되는 독립·예술영화 진흥사업을 펼쳐왔다. 다양성영화는 비주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을 말하며, 여기에는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포함된다.

이안 관장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주민영화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 역할을 맡았다. 그는 개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독립·예술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함으로써 영화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는 난해하고 지루하며 어렵다는 생각으로 관객들의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볼거리가 화려한 블럭버스터나 웃고 즐기는 오락영화도 좋지만 취향과 개성을 살린, 의미 있는 다양성영화 한 편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1895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이란 짤막한 영상을 상영한 이래 영화는 눈부신 발전을 이어왔다. 50초짜리 무성영화였지만 당시 사람들이 열차가 자기를 향해 돌진하는 줄 알고 놀라 뛰쳐나오는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글자가 어렵다. 독립·예술영화도 마찬가지다. 자꾸 봐야 익숙하다. 상업영화에는 공식이 있다. 상영 시작 10분 만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남녀주인공이 계속 위기에 빠지며, 나중에는 몰락하거나 갈등이 해소된다. 반면 독립·예술영화는 의외성이 있다.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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