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산골생활 서툰 자연인 김만옥 "그래도 행복해"
상태바
[소소+] 산골생활 서툰 자연인 김만옥 "그래도 행복해"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3.23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깊은 산골로 들어온 이유
"뇌종양 투병한 아내 재발하지 않게"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사진=MBN

[슬기로운 자연생활 - 김만옥 씨] "한 평생 도시에서만 살다가 산에 들어왔어요. 칡을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고, 캘 줄도 몰랐는데 여기와서 알게 됐죠. 아내가 아프고 나서는 30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요."

지난 21일 방송된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서툴지만 처음 하는 모든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김만옥 씨(69)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해발 650m의 깊은 산골 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흥겨운 노랫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인 김만옥 씨(69)의 보금자리가 나온다. 산골생활 5년차인 그의 생활에는 왠지 모르게 허술함이 느껴진다. 산골생활은커녕 시골생활조차 경험한 적이 없는 완벽한 도시남이기 떄문이다.

이젠 비닐하우스 집조차 낭만이다. 텃밭에 감자를 심고, 산에서 캔 야생난으로 조롱박화분을 만들고, 대통밥을 지어 먹는다.

그는 "처음 한 달 정도 걸려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지낸지 5년 정도 됐다"며 "여름이 되면 찜통처럼 덥고 가족이 올 때마다 불편해하는 것 같아 1년 전부터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외항선 기관장이었던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아래에서 부족함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제대 후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몇 년이 지나 돈도 꽤 모았다. 결혼 후 아내가 뇌종양 판정을 받기까지 굴곡 없는 평탄한 인생이었다.

아들이 태어난 지 백일쯤 됐을 때 아내의 몸에 이상신호가 감지됐고, 눈과 입이 돌아간 상태로 병원을 전전하다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의료 기술이 뇌수술을 할 수준이 아니었기에 모아놓은 돈을 모두 털어 병원비를 감당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 절, 심지어 전국에 용하다는 만신집까지 찾아다니며 아내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의 눈물겨운 정성 덕분인지 발병 후 1년이 됐을 때 기적처럼 아내의 눈과 입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뇌에 손상을 입었기에 발병 전과 같은 생활을 하기는 어려웠다. 자연인은 "재발하지 않게,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약을 먹여야 했고, 아내를 위해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의 잠자리에는 가족사진이 놓여있다. "중매로 아내를 처음 만났는데, 몇 번 보고 결혼했어요. 옛날에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편안하죠."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