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7> 태종의 오십견 뜸 치료와 역아 뜸치료
상태바
[세종실록과 왕실의학] <7> 태종의 오십견 뜸 치료와 역아 뜸치료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2.08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은 세종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상왕의 양쪽 어깨에 심한 통증이 계속됐다. 의원 박윤덕이 매일 뜸질을 하였다. 영의정 유정현, 참판 이명덕 등이 아뢰었다. 뜸질을 중단하고 온천에서 치료하십시오. 상왕이 답하셨다. 병이 심하여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세종 1년 4월 16일>

상왕인 태종의 춘추 53세 때의 기록이다. 매일 어깨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태종은 문무를 겸한 영웅이다. 15세에 진사시험, 16세에 문과에 급제한 학자이면서 무예에도 능했다.

최주리 한의사

태종은 시국이 하 수상한 시절에 살았다. 성격도 적극적이었다. 전장에서 사는 군인과 다름없는 살얼음판 삶을 살았다. 왕이 된 후에도 몸에 익은 야외활동은 사냥으로 이어졌다. 많은 신체활동은 크고 작은 부상도 야기한다. 태종은 즉위 4년에 표범을 사냥하다 말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중년이 된 태종은 회전근개 질환이나 오십견을 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전근개 질환은 어깨 회전 근육이 파열되거나 염증이 생긴 경우다. 또는 석회가 쌓여 팔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게 특징이다.

오십견은 만성 어깨 관절 질환이다. 흔히 특별한 외상이 없거나 가벼운 타박상 후 견관절 둔통으로 시작한다. 서서히 통증이 심해지며 관절 운동이 힘들게 된다. 누웠을 때 통증이 더 심해 수면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원인은 어깨 관절 주머니 염증과 유착에 따른 어깨 경직으로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의 관절주머니 염증으로 주변 조직이 굳어 생긴다.

한의학에서는 동결견으로 표현한다. 어깨가 얼음이 언 것처럼 어깨가 굳는다는 의미다. 오십견을 포함한 심한 어깨 통증은 담음(痰飮), 풍한습(風寒濕) 등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치료법은 한약, 침구, 부항, 약침, 추나 등이다. 태종은 1차적으로 뜸을 선택했다.

그러나 호전이 되지 않자 주위에서 따뜻한 온욕을 청한 것이다. 어깨질환은 치료기간이 생각보다 길다. 아마 태종도 진전이 없는 치료에 답답함을 느낀 듯하다.

한의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뜸은 주술 폐습 폐지에도 기여한다. 세종은 7년 10월 23일 길흉화복에 연연해 날짜를 정하는 택일 문화의 폐해를 지적한다. 좋은 날을 기다리느라 죽은 아내의 장사를 오랫동안 지내지 않은 공조정랑 권시를 죄를 물은 임금은 길흉화복에 미혹된 세태를 비판한다.

"요망한 술서를 불태우게 했으나 여전히 침구(針灸) 치료도 택일하느라 피하는 날이 많다. 이처럼 날을 받아 뜸질(灸)하면 1년이 지나도 치료받지 못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을 누가 지었을까. 요즈음 중병 환자가 피하는 날을 따지지 않고 뜸질을 해 낫는 사람이 많다. 잡서는 없애라."

이에 비해 연산군은 뜸을 경연(經筵) 불참의 변명으로 활용한다. 경연은 임금이 학문을 닦으면서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학습이다. 연산군은 경연을 잘 열지 않았다. 이에 연산군 1년 5월 17일 신하들이 연명으로 경연재개를 청한다. "근래에 오래도록 경연을 폐하셨습니다. 하루에 세 번씩이 힘들다면 한 번씩은 나오셔서 여러 신하들을 대하심이 가합니다." 이에 대해 왕은 "요즈음 뜸뜬 자리가 곪고 발이 쑤시기 때문에 정지하였다"며 거절한다.

뜸에 대한 효과는 여러 질환에서 증명되었지만, 그 효과가 놀라운 것이 있다. 바로 역아다. 역아란 태아의 머리가 골반 쪽을 향하지 않고 반대로 위를 향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역아의 경우 출산 시 아기의 발이나 엉덩이가 먼저 나오고 신체에서 가장 큰 머리가 나중에 나오게 된다.

이 때 아기의 머리가 산도에 끼어서 뇌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머리가 산도를 통과할 때 머리와 골반 사이에 탯줄이 끼면서 일시적으로 아기에게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질식이 일어날 위험도 높아진다.

역아는 임신 28주차 임신부들에게는 20% 정도에서 보이지만 저절로 바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산이 임박할 때까지 역아로 있는 경우도 3~4%정도 된다. 이러한 경우 대개 제왕절개를 하게 된다.

그런데 지음혈에 뜸을 뜨는 것이 역위를 바로잡는데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논문이 있다. 2008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스페인의 58개 병의원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태아 역위로 진단을 받은 임신 33~35주차 여성들 406명이었다.

지음혈에 뜸을 뜬 그룹에서는 58.1%의 아기가 정상위로 태어났고, 일반적인 관리만 한 그룹에서는 44.8%가 정상위로 태어났다. 이들에게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