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암호화폐 정책에 최대 피해자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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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암호화폐 정책에 최대 피해자는 2030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1.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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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폐쇄 운운하다 갑자기 실명거래제 발표
“나라 정책이 원래 이렇게 180도 바뀌나요?”
나라가 넣으면 투자, 우리가 넣으면 투기 “이게 나라냐?”

문재인 정부의 오락가락 암호화폐 정책에 주력 투자자인 2030세대가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암호화폐 규정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도 없이 투자를 한 이유만으로 ‘바다이야기에 빠진 도박 중독자’로 매도하거나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통화 등 용어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기관들은 거래소 폐쇄를 운운하다 하루 아침에 실명거래와 과세 노선으로 전환하는 등 동네 구멍 가게식으로 정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 발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은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넘긴 시점과 맞물린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비트코인 버블에 내기해도 좋다. 도박장에서도 소득이 나오면 과세하듯 모든 소득은 과세한다”고 발언했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12월 28일 ‘가상계좌 서비스 중단’, ‘지급결제 서비스 중단’, ‘1인당 거래 한도 설정’ 지키지 않을 시 거래소 퇴출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같은 날 “법무부가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박상기 장관은 1월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합리적 규제의 수준을 마련하기 위해 과세, 실명제 등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 역시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폐쇄안이 합리적 규제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12월부터 1월 초까지 문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 기조는 ‘도박’, ‘폐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23일 느닷없이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밝힌다. 폐쇄에서 하루 아침에 실명 거래로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의 장점과 단점을 떠나 그냥 여론에 떠밀린 변화라고 설명한다. 정치권도 모두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정호성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무능하고 무책임한 오락가락 결정장애 정책 때문에 2030은 전세금도 날리고 등록금도 날렸다”며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는 각 거래소 폐쇄방침을 전면적으로 포기하고 시장을 받아들여 제 2의 쇄국정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거 이메일을 무료서비스 한다고 했을 때 통신산업이 마비된다며 유료로 해야 한다는 관료들의 시각이 있었다”며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을 보면 그 수준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에서 거래소의 폐쇄 관련한 이야기만 하니까 투기에서 거래로 전환할 수 있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투기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되 거래는 정상화하고, 세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직장인 A씨는 “정부 부처들의 암호화폐 발표를 보면 제각각이다. 폐쇄한다고 했다가 일주일도 안 돼 보류한다고 말하고, 정확한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방향을 알 도리가 없다. 폐쇄 할꺼면 빨리 말을 해줘야 돈을 빼걸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학 4년인 B씨는 “정부의 안일한 발언 하나하나가 투자가치가 있는 시장을 오히려 투기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페쇄 하지도 않을 거면서 폐쇄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정부도 암호화폐에 투자하려고 저점에 매수하려는 꼼수도 파헤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났고, 공직자가 정부 발표를 미리 알아챈 후 암호화폐 시세 차익을 보는 행위가 적발되면서 투자자들은 “이번 지방선거 때 두고 보자”, “아마추어 정부”, “공산주의가 이제 뭔지 알겠다”, “촛불로 문재인을 탄핵시켜야 한다”, “박근혜는 나에게 피해는 안 줬다”, “이게 나라냐”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선 암호화페 규제 반대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몰렸다. 청와대가 응답해야 하는 상황인데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제가 워낙 복잡해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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