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금융소비자 보호강화 진짜? 내기 한판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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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금융소비자 보호강화 진짜? 내기 한판 하실래요?"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1.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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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처의 민원 검사 및 영업점 검사 기능을 각 권역별 검사 부서로 통합하고 소비자보호처는 향후 민원과 분쟁 처리를 전담하는 소비자 사후구제기능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비자 민원의 검사를 권역별 검사부서로 통합한다는 것은 민원처리 인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견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국회통과를 대비한 꼼수를 피웠다는 지적이다. 금소법이 국회를 통과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독립기구로 발족할 경우 민원과 영업점에 대한 검사권을 금감원이 갖기 위한 편법이었다는 해석이다.

최흥식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융소비자중심의 감독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은 사실상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금소법 국회통과에 대비한 ‘제 밥그릇 챙기기’ 차원의 조직개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조직 개편뿐이 아니다. 최흥식 원장은 지난 해 9월 금감원 임원들의 일괄사표를 받아 11월에 임원을 전원 교체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지사일 수 있다. 그렇기에 임원 전원교체라는 인사카드를 꺼내들었던 최흥식 부원장은 별다른 저항없이 임원 인사를 단행할 수 있었다.

최흥식 금융감독위원장 / 공준표 기자

한 가지 흠이라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의 천경미 부원장보까지 교체한 것을 두고 ‘너무 과한 인사’라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천부원장보는 금감원의 개혁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공모절차를 거쳐 수혈된 외부인사였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고 인사태풍이 불면서 임기를 2년여 남겨두고 옷을 벗어야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금감원에 외부인사 수혈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제 옷을 벗을지 모르는데 누가 금감원에 지원을 하겠느냐는 비판이었다.

조직내에서는 더 많은 잡음들이 생성됐다. 천부원장보가 금소처의 임원이었지만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후문이다. 직원들이 천부원장보를 거치지 않고 부원장에게 직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외부수혈인사라는 이유로 금감원 내부에서 소위 말하는 ‘왕따’를 당한 셈이었다.

금소처의 역사는 이명박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금감원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금감원 내부에 서둘러 금소처를 신설했다는 비판은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금소처 설치와 함께 외부인사를 영입해 금소처의 전권을 주는가 싶더니 천부원장보의 취임과 함께 금감원 내부 인사가 부원장급인 처장을 맡고 외부인사는 슬그머니 부원장보로 낮추었다. 그리고는 부원장보를 슬그머니 ‘왕따’시키는 제 식구 감싸기를 완성했다.

물론 외부인사가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를 더 잘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금소처를 설치했던 초기 명분대로라면 금감원 내부인사가 금소처를 관장하는 업무형태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최흥식원장은 취임 이 후 틈만 나면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을 주창했다. 그러나 최원장의 인사행태를 보면 ‘금감원 조직 이기주의’ 중심으로 금융감독의 방향이 흐르고 있는 모양새이다. 말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면 헛구호에 그치고 만다.

최원장은 가상화폐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내기를 걸었다가 논란이 일자 지난 18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일련의 금감원 인사흐름을 보며 국민들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 같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말 뿐인 것 같은데 ‘내기’라도 한 판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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