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키움증권, 우리은행 사용법 "같은 목적·혜택은 내가 더"

나란히 우리은행 지분 4% 인수 성공…1천개 점포 활용 영업력 강화 추진
한투證 핀테크 선도 은행 본격 추진·키움證 오프라인 창구확보+배당
업계 "두 곳의 증권사, 영향력 확대 및 지분 추가확보 경쟁 나

2016-11-14     임현호 기자

우리은행 지분 29.7%를 가져가는 7개 투자자 중 2곳이 증권사에서 나왔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나란히 4%의 지분을 인수하며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된 가운데 두곳 모두 그동안 지적돼 왔던 은행채널 부재의 약점을 지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최종 낙찰자 7곳을 선정했다.


최종 낙찰자는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투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IMM PE 등이다.


IMM PE(6%)와 미래에셋자산운용(3.7%)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는 모두 4%의 지분인수 계획을 제출했다.


컨소시엄 형태가 아닌 동일투자자로서 우리은행 지분 4% 이상을 보유하면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기로한 규정에 따라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투증권, 키움증권, IMM PE가 내달 30일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 한명씩을 선임하고 우리은행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영 책임도 지게 된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한투증권과 키움증권이 우리은행 경영에 입김을 넣으며 연계영업 시너지 창출을 최대한 빨리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금융지주는 그동안 한투증권의 규모와 실적을 키우기 위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은행권을 통한 판매망 확대를 노려왔다.


반면 NH·신한·하나·KB 등을 비롯한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이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어 시중은행과의 협업을 경쟁 증권사인 한투증권이 추진하기는 어려웠다.


이같은 점에서 이번 우리은행 지분인수에 성공한 한투증권은 우리은행 과점주주로서 오프라인 연계영업 추진은 물론 핀테크 은행 사업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지분 50%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 한투증권은 우리은행과 협업을 통해 모바일 전문은행을 추진하면서 핀테크 강자로 윈윈전략을 우리은행에 지속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산시스템 구축 작업완료를 눈앞에 두고 내년 상반기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당국의 본인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중장기적으로 은행 중심의 지주사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투증권의 지분인수 성공은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우리투자증권 매각 이후 잃어버린 증권 창구를 다시 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제한적으로 복합점포 전략을 추진해왔던 우리은행은 한투증권과 적극적으로 영업채널을 공유하며 고객확보에 나설 수 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저비용 고효율 영업의 전형을 보여온 키움증권이지만 오프라인 영업망 부재는 성장성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키움증권은 우리은행 지분인수를 통해 지점을 통한 판매 채널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입찰 참여 당시 배당수익도 고려했던 만큼 현재 저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 주가가 상승하고, 수익성이 높아지면 배당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 점포는 국내외 1000여곳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투증권과 키움증권 모두 자회사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자사의 상품을 팔 수 있는 점포가 1000곳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투증권과 키움증권은 나란히 지분 4%를 보유한 한화생명과 동양생명과 향후 지분 추가인수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참여한 투자자가 7곳 중 3곳(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IMM)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투증권과 키움증권 등 나머지 4곳의 투자자들은 지분 추가인수를 통해 영향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며 "2곳의 증권사, 2곳의 보험사 모두 상대에 비해 우리은행 지배력 강화와 시너지 확보를 강화하기 위해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