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기후서 자란 녹두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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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기후서 자란 녹두가 비결"
  • 김수림 기자
  • 승인 2016.09.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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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광장시장 대표 빈대떡집 '박가네 빈대떡'
한산 녹두에 국내산 재료로 신선함 '무장'

"녹두라고 같은 녹두가 아니에요. 우리 집은 38선 기후에서 자란 녹두만 취급합니다."

맷돌로 손수 녹두를 갈고 있던 박가네 빈대떡 박금순(58) 사장은 녹두에 대한 자랑을 쏟아냈다.

노란빛깔을 띄는 녹두를 가르키며 "이 38선 녹두가 우리 집 대박 비결이에요"라고 말했다.

 

서늘한 기후서 자란 '38선 녹두'만 고집

맷돌과 동판으로 빈대떡 식감 살려

38선 녹두는 북위 38도에 해당하는 38선 지역에서 자란 녹두를 뜻한다. 원산지가 북한산이라는 뜻이다.

"원래 빈대떡은 북조선 음식이죠. 빈대떡의 주재료인 녹두도 서늘한 38선 기후에서 자라요. 북한산 녹두를 고집하는 것도 바로 재료가 신선하기 때문이에요."

'좋은 재료를 쓰자'는 것이 박가네 빈대떡의 원칙이다. 박 사장은 "음식에 어떤 기교를 부려도 신선한 식재료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산 녹두를 고집하는 이유도 맛에 대한 까다로운 신념 때문이다.

녹두 말고 다른 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빈대떡에 30% 이상 들어가는 배추김치는 대관령에서 자란 고랭지 배추에 한방재료 등을 넣어 만든다. 양파는 전남 무안에 있는 농가에서 직접 가져오는 방식이다.

여기에 박가네 비법으로 빈대떡을 만들어낸다. 박 사장은 선별된 일등급 녹두를 현무암 맷돌에 직접 간다. "믹서기와 같은 기계를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맷돌을 써야 녹두에서 진이 나와요. 그래야 더욱 바삭하면서도 씹히는 듯한 식감을 낼 수 있죠"

박 사장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빈대떡 반죽을 기름 판 위에 올려놓았다. 반죽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노릇하게 구워졌다. 이 판에도 박가네만의 비결이 숨어 있었다. 여느 빈대떡 집에서 볼 수 있는 판이지만 박가네는 구리로 된 동판을 사용한다.

박 사장은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아 빈대떡이 익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어요. 약 100~150도 정도의 고열에서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빈대떡이 만들어지는 거죠"라며 동판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 장에 4,000원⋯ 9년 동안 가격 동결
"빈대떡에 막걸리 2병이면 딱 1만원"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탄생한 빈대떡이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푸짐한 빈대떡 한 접시가 단돈 4,000원. 그렇다고 박 사장이 손해를 보면서 빈대떡을 파는 것은 아니다.

제철에 대량으로 재료를 구입해놓기에 이 가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배추는 포기당 200~300원 할 때 1만~1만5000포기씩 사서 담그고, 숙주와 마늘 등은 농가와 직접 계약해 최대 40% 이상 가격을 낮췄다.

1년 치를 한꺼번에 구입하여 저장해놓기 때문에 채소 값이 올라도 끄떡없다고 한다. 식재료 값을 줄이다보니 빈대떡 가격은 지난 2002년 개업한 이후로 동결된 상태다. 물가가 오를 대로 올랐지만 빈대떡값은 9년째 그대로인 셈이다. 

박가네 빈대떡이 이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손님 때문이다. 박가네 빈대떡이 입소문을 타면서 춘천, 일산 등에서 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박 사장은 "빈대떡 한 장에 막걸리 2병이면 딱 1만원"이라며 "1000원 올리면 1만1000원이예요. 멀리서 드시러 오시는 단골어르신이 많은데 그분들께 1만원과 1만1000원은 천지차이죠"라고 말했다.

술과 안주를 파는 곳이지만 오후 2~3시부터 가게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테이블에는 대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삼삼오오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다.

해물빈대떡에 막걸리를 나눠 마시던 손님들은 "박가네 빈대떡에 오면 만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만원 한 장으로 바삭한 빈대떡에 시원한 막걸리를 들이킬 수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며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였다.

 

광장시장 빈대떡 점포 매출 중 35%
일본-미국 등 수출도 준비 중

이곳에서 파는 빈대떡은 하루에 600~700장. 1~3층으로 된 가게는 매일 북적일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박 사장은 "손님들이 많으니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다"고 웃어보였다.

대량 판매로 매출은 꾸준히 올랐다. 현재 광장시장 빈대떡 점포 매출 중에서 박가네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이를 정도. 시장 통 빈대떡집을 넘어서 유통 공룡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은 3층 건물이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는 우리도 다른 집처럼 작은 가게였어요. 이제는 광장시장을 넘어서 빈대떡을 전 세계로 알리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박 사장은 향후 계획을 말했다.

일본과 미국 등에 빈대떡을 수출한다는 것이다. 현재 박 사장은 고기와 해물, 김치뿐만 아니라 복분자, 매실 등으로 만든 빈대떡을 연구 중이다.

"빈대떡은 햄버거나 피자와 같은 인스턴트 음식과 달리 몸에 좋은 건강식 음식이에요. 한국의 빈대떡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전파하고 싶어요." 김치와 불고기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처럼 빈대떡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박 사장은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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