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금융결산㊦] 곳간 채우고 재기 돕고... 쌍끌이 서민법안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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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금융결산㊦] 곳간 채우고 재기 돕고... 쌍끌이 서민법안 조명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12.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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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 재원 마련과 과중채무자 경제적 재기 지원
서민금융진흥원 김윤영 원장

2017년 한 해 서민금융 분야에서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두 개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서민금융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파산법)’이다.

휴면예금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미소금융이 처음 출발할 때에는 은행들이 미소금융재단에 휴면예금을 출연했다. 한해 60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내놓던 은행들이 '정기적으로 이자가 지급되는 예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는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2013년부터 출연금을 줄여 4년 동안 단 7억원만 내놨다. 서민금융의 주요재원이었던 휴면예금의 출연이 막히며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은 고갈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미청구 자기앞수표 7936억 원을 ‘잡수익’으로 처리해 왔고, 상호금융권(총 1376억 원)을 합치면 이 기간 금융회사들은 모두 9312억 원의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를 자체수익으로 설정했다.

개정된 서민금융법은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기앞수표의 발행대금을 서민금융의 재원으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이제까지 은행은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아 시효가 완성된 자기앞수표의 발행대금을 은행의 수익으로 처리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기관들이 이렇게 잡수익으로 처리한 금액은 9천여억원이다.

국민의당 박선숙의원은 지난 6월 ‘미청구자기앞수표 발행대금’을 휴면예금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한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청구자기앞수표 발행대금’의 재원이 서민금융 문제해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꾸준한 재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의미를 두고 있다.

또 다른 법률은 개인회생제도의 변제기간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과중채무자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한 개인회생제도는 지난 2004년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개인회생제도는 채무자가 일정기간(5년)동안 자신의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채무변제에 사용하면 남는 빚은 면책을 해 주는 제도이다.

개인회생제도의 도입 초기에는 변제기간을 8년으로 정했으나 변제기간이 너무 길어 제도도입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시행 1년여 만에 5년으로 변제기간을 단축시켰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파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변제기간을 3년으로 정해서 운용하고 있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채무자에게 궁핍생활을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채무자가 재기할 수 있는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는다는 논리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7년간 60만여 명의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반면, 법원이 인가한 변제계획에 따라 채무변제를 완결하고 면책된 채무자는 21만여 명에 불과했다.

또한 법원이 개인회생계획을 인가한 후 채무변제가 어려워 중도 탈락한 채무자는 2010년 인가자 중 24.7%, 2011년 인가자 중 30.5%, 2012년 인가자 중 32.9%에 달해 중도 폐지율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회생제도의 변제기간 단축은 과중채무자의 부채조정이 활성화되어 가계의 파탄을 방지하고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촉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외에도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서민금융은 ‘시효완성 채권’의 소각과 ‘장기연체 소액채무’의 탕감 등 10조원이 넘는 채무가 탕감되어 빚의 늪에 빠져 있던 많은 채무자를 경제일선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홍보와 달리 이미 휴지조각이 된 채권이 탕감되었다고 해서 채무자가 당장 경제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채무탕감이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해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려운 사람들이 자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지는 못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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