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공정 계약에 갑질까지… 노점상 울리는 중구청 '노점실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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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공정 계약에 갑질까지… 노점상 울리는 중구청 '노점실명제'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11.3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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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 '노점상 매대교체' 일방 추진에 노점상들 불만 폭주
노점상들 "높이 안맞고 바람막이-우천대비 장치도 전혀 없어"
공급업체 에이이프로젝트 "매대 고장내고 A/S부르면 아예 철거시킬 것” 으름짱

서울 중구청(구청장 최창식)이 남대문 시장 외곽지역의 노점상을 정비하는 과정에 상품판매용 매대를 교체하면서 노점상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중구청은 노점의 무질서한 난립을 막고 노점 임대 및 매매를 근절해 저소득층이 자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점실명제’를 시행했다.

남대문 시장 외곽지역의 노점상들도 노점실명제 정책에 따라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매대를 철거하고 중구청의 안내에 따라 노점매대를 교체했다. 중구청은 노점실명제를 추진하며 남대문 시장 외곽지역의 노점을 일정한 규격으로 디자인된 획일적인 형태의 노점매대로 교체했다.

그러나 노점매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노점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디자인의 매대가 공급되면서 먹거리장사 중심의 노점상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다.

노점매대를 교체한 먹거리 노점상들은 매대가 높아 사용이 불편하고 상인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매대가 공급돼 장사를 못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남대문시장에서 분식을 팔고있는 한 노점상인이 새로 공급받은 ;매대가 너무 높아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시장경제

한국은행 본점 맞은 편에서 어묵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65세, 여)는 공급받은 매대를 한 쪽으로 치워놓고 매대곁에 쪼그리고 앉아 종이박스로 바람막이를 설치해 놓고 어묵과 김밥을 판매하고 있었다. 공급받은 매대위에 난방기구와 어묵솥단지를 올려놓고는 어묵솥단지의 높이가 너무 높아져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 인근에서 군밤과 옥수수를 판매하고 있는 다른 노점상은 노점상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매대가 제작되어 전혀 실용성이 없다며 매대위에 올라 앉아 장사를 하고 있었다.

숭례문 건너편에서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는 한 노점상은 공급받은 매대가 고장이 나서 A/S를 요청했다가 공급업자에게 호되게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A/S를 하러 나왔던 공급업자가 “매대를 이동하면서 고장이 났으니 매대를 이동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며 “다시 한 번 이렇게 고장을 내고 A/S를 부르면 매대를 아예 철거해버리겠다”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이외에도 남대문 시장 외곽지역에서 호떡이나 붕어빵, 토스트 등 먹거리를 판매하는 노점상 위주로 매대에 대한 불만이 넘쳐나고 있었다.

군밤과 옥수수를 팔고 있는 남대문시장의 한 노점상인은 "공급받은 매대 너비가 너무 길어 팔이 닿지 않는다"며 "할수없이 매대위에 올라 앉아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시장경제

노점매대에 대한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대가 불편해 자신의 사비 200여만원을 더 들여 매대를 다시 꾸민 노점상도 있다. 토스트를 구워 팔고 있는 한 노점상은 매대가 바람을 막거나 우천시 비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아예 안 돼 있어 사비 200여만원을 들여 매대를 다시 꾸며야 했다.

먹거리 노점상들은 공급된 매대위에 솥이나 각종 조리기구 등을 올려놔야 하는 특성상 매대위에 조리기구 등을 설치하기 어렵게 제작된 매대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구청에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중구청은 매대교체전에 이미 상인들과 충분한 합의를 거쳐 진행된 사안이라는 답변이 왔다. 그러나 노점상들의 주장은 중구청과는 많이 달랐다.

구청에서 모이라고 하더니 샘플도 없이 ‘A형’, ‘B형’ 등 몇 가지 매대를 그림으로 보여주며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라고 한 것이 전부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매대계약전에 공급업자와의 면담을 통해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상인들의 요구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매대가 공급됐다고 한다.

매대 계약 및 공급 과정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아 상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매대계약서는 ‘불공정계약서’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만한 조항들이 즐비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계약금은 반환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으며 심지어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어도 계약금의 반환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약이행의 주체변경이나 계약미이행시에도 계약금 반환은 불가한 독소조항이다. 또한 매대납품 일자도 최대 6월 30일 이전으로 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노점상이 기한의 2~4개월이 지나서야 매대를 공급받았으며 4월에 계약금을 지불해 놓고 아직도 매대를 납품받지 못한 노점상도 있었다.

불공정계약서 논란이 일고 있는 '남대문시장길 가판대 B형 제작' 공급계약서 @시장경제

이에 대해 매대를 공급한 ‘(주)에이이 프로젝트’측에 매대교체와 관련한 취재를 요청하자 “당사는그 부분과 관련해 할 말이 없으니 모든 것은 중구청과 얘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중구청의 주무부서에 이와 관련해 문의를 했으나 계약 및 납품과 관련해서는 “사인간의 계약관계이므로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공급업체에 대한 노점상의 불만이 많은데 이와 같은 업체를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중구청에 묻자 “다수의 공급업체를 불러 사업설명회를 했고 노점상 당사자들이 설명회를 거쳐 선정한 업체”라는 답변이 왔다.

사업설명회에 참여하는 공급업체들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구청이 업체의 신용도나 사업실적에 대한 사전조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계약금 및 매대대금 등을 입금하는 은행계좌가 매대계약서상의 공급자가 아니라는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노점상들에게 왜 관할구청에 가서 항의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답변을 했다. “그러다가 담당공무원에게 찍혀서 이나마 철거해 버리면 우린 뭘 먹고 사나요?” 

많은 노점상들은 ‘미소금융’이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400~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매대를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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