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홍종학 중소벤처부에 거는 기대와 우려
상태바
[현장수첩] 홍종학 중소벤처부에 거는 기대와 우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11.28 0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종학 장관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세대를 뛰어넘은 절세, 자녀의 국제중 입학 등 이제껏 주창한 신념과 다른 홍장관의 행보에 많은 국민들은 우려를 표해왔다.

‘청’을 ‘부’로 승격시키며 ‘을’을 위한 정책을 강조한 문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중기부 수장자리를 하루라도 빨리 채워야 한다는 조급함(?)이 임명 강행이란 무리수를 두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홍장관은 취임일성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벤처기업의 ‘수호천사’가 될 것을 굳게 약속했다. 중기-소상공업계는 공석중이던 장관의 임명을 환영하며 불공정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홍장관의 취임사를 찬찬히 살펴보던 중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소상공인으로 대변되는 자영업계와 카드 수수료에 대한 홍장관의 인식이 틀에 박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파직전 여객선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운명인 대한민국 자영업자들. 그들의 수호천사를 자처하고 나선 중기부 장관 홍종학의 머릿속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인구 100명당 하나꼴인 식당과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보다 많은 치킨집, 그리고 치킨집보다 더 많은 커피전문점이 우리나라 자영업계의 현실이 아닌가.

모든 국민들이 하루 한 끼씩 외식을 한다 해도 식당 한 곳당 하루 100명의 손님밖에 받을 수 없다. OECD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율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 주겠다는 말은 허언이고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카드수수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생뚱 맞다. 카드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새로운 결제제도를 도입해 수수료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포퓰리즘’을 넘어선 괴변에 불과하다.

수수료문제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카드수수료가 문제인 것은 수수료 책정 과정에서 ‘갑’(카드사)과 ‘을’(자영업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을’이 ‘갑’과 동등한 위치에서 수수료를 협상하고 결정하게 해 주면 된다.

‘을’의 위치를 ‘갑’과 동일선상에 놓기 싫은 이들은 카드사이다. 그리고 카드수수료와 고객혜택이라는 명분을 덧씌워 영세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대기업들이다. 홍장관은 이렇게 조성된 프레임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신용대란이 터졌던 2004년 전후의 ‘경원대 홍종학 교수’를 기억한다. 기자의 기억에는 채무자와 채권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채권추심을 받도록 하는 ‘공정채권추심법(현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거론한 최초의 지식인으로 남아있다.

당시는 무자비한 채권추심으로 자살하는 채무자의 뉴스가 하루를 멀다하고 언론의 일면을 장식하던 시절이었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갑과 을’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 놓여야 한다는 이론은 당시 우리사회의 통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문에 신용대란의 한가운데에 서서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며 ‘못 된 정부’라고 못을 박던 ‘경원대 홍교수’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홍장관은 장관후보자에 지명된 후 국회청문절차를 앞두고 소상공인 단체를 찾아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소상공인은 “홍장관이 우리 얘기를 듣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장관을 잘 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여 “소상공인들은 카드수수료 인하나 상가임대차법 개정보다 정책당국자와의 대화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장관으로서 홍종학의 앞 길이 평탄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고 취임사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소상공 정책을 그리는 인식의 한계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대는 여전히 가득하다. 채무 때문에 목숨 던지는 채무자들을 대변하며 정권을 향해 ‘못 된 정부’라고 호통치던 기개, 소상공인들을 찾아가 낮은 자세로 소통하던 모습이 홍종학의 실체라고 믿기 때문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