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칼럼] 해외선주까지 우려하는 조선업계 파업,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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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칼럼] 해외선주까지 우려하는 조선업계 파업,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임현호 기자
  • 승인 2016.08.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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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성重, 하계휴가 후 본격적인 파업 돌입 예정

조선업계 파업에 대한 소식이 수개월째 나오고 있다. 듣는 사람은 물론 파업에 직접 참가하는 사람들도 피곤해질 수 있는 시점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조선 파업은 그 동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노조들은 파업 소식을 끊이지 않게 들려주려 노력하는 모양새다.

최근 조선 파업소식 관련 해외에서 국내 발주를 주저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뉴질랜드 야당인 노동당이 현대중공업이 뉴질랜드로부터 수주한 약 5억 달러짜리 해군 급유함 인도가 약속된 2020년을 넘길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낸 것.

다행히 현대중공업이 선주측에 파업에 대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서 2만3000톤급 함정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파업 참여율이 저조하고 동력을 잃어가고 있어 인도시점을 어기는 일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이 계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다. 국내 조선사들에게 발주를 내려고 하는 해외선주들은 국내 상황에 대해 주의깊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발주한 선박이 인도시기를 넘기면 선주측은 막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업황 불황으로 가뜩이나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으로 단 한 건의 수주라도 다른 나라에게 넘어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업계로 돌아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업 관련해 "해외 선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많은 관심이라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순하게는 국내 파업 소식만을 파악하는 정도에서 자세히는 파업규모와 그에 따른 피해나 전망까지도 알아본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20여년을 근무한 노조원들은 지금은 파업하기 적절하지 않은 시기임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노조가 파업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뭘까? 그로 인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바는 뭘까?

현 시점에서 진행하는 파업의 당위성에 대해 기자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안나왔다. 그때 누군가가 노조는 지금 그들의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거라고 알려줬다.

29일에도 현대중공업 노조들은 그들의 직무를 행하기 위해 4시간 파업을 추가로 시행한다. 지난 27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한창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또 다시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오죽하면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직접 나서 "선주측의 입장을 생각해 파업을 자제하자"라는 담화문까지 발표했을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노조들은 하계 휴가가 끝나고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이 1~2주 휴가를 보내면서 "과연 현 상황에서 최선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한다.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할게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 그 가족들까지 돌아보며 이제는 파업을 멈춰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문득 90년대 초 가수 이지연의 노래 제목이 떠올랐다. 국내 조선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파업의 바람이 하루빨리 멈추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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