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페'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 '아빠는 육아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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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베페'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 '아빠는 육아훈련 중'
  • 박영근 기자
  • 승인 2017.12.0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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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킨덱스 '베이비페어' 인산인해... 男입장객 50% 육박
끝도 없는 차량행렬... 아기띠 메고 아내와 같이 온 남성들 북적
남성 육아참여 급증에 '베이비용품' 트랜드도 바뀌어

얼마 전 임신한 아내가 '베이비페어(이하 베페)'를 같이 가자고 졸랐다. 이미 필요한 물건은 다 준비했는데 뭐하러 가냐고 묻자 "상품 타와야 해!"라고 말했다. 아내는 베페에 가면 인형부터 손수건까지 각종 사은품들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베페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로 향했다. 행사장 입구에 도착하니 족히 수십대는 돼보이는 차들이 끝도없이 줄을 서 있었다. 

사진= 베페 홈페이지 캡처

만삭인 아내의 손을 잡고 베페 입구로 향했다. 아기를 메고 온 엄마부터 금방이라도 출산할 듯 팽팽한 배를 부여잡은 예비맘까지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황금같은 주말에 집에서 쉬고 싶었다. 아내에게 투덜대자 "요즘은 육아를 '같이'하는거야, 혼자 하는게 아니고!"라면서 등짝을 때렸다. 시선을 돌리자 아기띠 메고 아내에게 끌려온 듯 같은 처지의 남성들이 여럿 보였다.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베이비페어 행사를 주최한 이가전람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남자 입장객 비율이 50% 가까이 됐다"면서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 참여해 육아용품 시장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니 확실히 육아 트랜드가 변하고 있다는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행사장 왼쪽 한켠에 아기띠 용품점이 길게 자리잡고 있었다. 바글바글한 인파를 헤집고 구경하던 중 한 포스터를 보고 웃음이 피식 나왔다. 딱 봐도 잘생긴 외국 남성이 선글라스를 쓰고 멋지게 아기띠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 옥션 홈페이지 캡처

한 직원이 다가오더니 "아버님 혹시 아기띠 사셨나요?"라고 물어봤다.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고 하자 "요즘 아기띠는 아빠들을 위한 디자인으로 많이 나온다"면서 "배가 나오셔서 아기띠가 답답하신 아버님들을 위해서 한쪽 팔로 안을 수 있는 제품도 있다"며 다양한 제품들을 꺼내들고 설명했다.

그 중 특히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있었다. 검정색으로 된 아기띠였는데, 마치 방탄조끼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당 직원은 "이 아기띠는 엄마보다 아빠한테 더 잘 어울린다고 해서 일명 '아빠띠'라고 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에는 엄마들보다 아빠들이 아기띠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고 직원은 말했다. 순간 혹 했지만, 계획에 없었던 지출이었기에 얼른 자리를 나섰다.

사진= 베페 홈페이지 캡처

조금 더 이동하자 최근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봤던 수레 형태의 왜건이 전시돼 있었다. 넓직한 공간에 아이 뿐만 아니라 짐도 실을 수 있게 돼있었다. 매장 직원이 다가오더니 "요즘 아이들과 짐 운반은 아빠가 담당한다"면서 "아빠들이 왜건을 자동차처럼 생각해서 그런지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잠깐 상상해봤다. 수레 속에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와 연결해 공원에서 달리는 꿈을. '여름엔 어떡하지' '언덕에선 힘들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자 번뜩 정신이 들었다. 여기도 아닌 것 같았다. 

약 2시간 가량을 '베페'에서 아내와 헤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아기 손수건 5장과 경품으로 받은 코끼리 인형을 뿌듯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운전하는 내게 아내는 "봤지? 요즘은 남편이 아내보다 육아를 더 많이 한다니까~"라며 팔을 툭 쳤다. 아무래도 아기가 태어나면 쉽지않은 여정이 시작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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