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체크] 카드사 CF 속 경고문구, 당신은 읽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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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체크] 카드사 CF 속 경고문구, 당신은 읽을 수 있습니까?
  • 김새미 기자, 임현호 기자
  • 승인 2017.09.15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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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만에 지나가는 TV광고 깨알 문구, 전체 시간의 1/5 규정 때문

TV를 보다보면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화려한 광고를 볼 때가 있다. 카드사 CF는 광고업계에서 아주 잘 만들기로 소문난 광고다. 그런데 그 잘 만든 광고를 보고 있으면 한 가지 희한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3초 깨알 문구’다.

글씨는 작고, 내용은 많은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카드사 CF를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시청해 봤을 것이다. 시청자입장에서는 읽을 수 없는 내용이고, 기업입장에서는 광고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돈은 돈대로 지불해야 하는 요소다. 광고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애드체크는 보험사에 이어 카드사 광고 하단에 등장하는 ‘3초 깨알 문구’가 등장하는 이유를 파헤쳐봤다.

다음 광고는 현대카드의 ‘카드의 방향을 바꾸다’ 디자인 편이다. 이 광고의 8~11초 구간에 등장하는 하단의 작은 문구를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독자는 얼마나 될까?

https://www.youtube.com/watch?v=j5KqMNJEvEY

현대카드의 '카드의 방향을 바꾸다' 디자인 편 캡쳐.

해당 광고 하단에 등장하는 문구는 이렇다.

※카드 신청 전 상품안내서 및 약관 내용 반드시 참고 ※카드 이용금액 연체 시 연 23.5%~27.9%의 연체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고객별/기간별 차등 적용)
※"신용카드 남용은 가계경제에 위협이 됩니다." ※준법감사심의필 제170110-084805호 (2017.01.10~2018.01.09)

마지막 심의필 문구는 그렇다 쳐도 2번째 문구까지 읽기에 3초라는 시간은 촉박해 보인다.

기자가 직접 소리를 내어 읽어보니 정확히 25초가 걸렸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소비자들이 읽을 수 없는 내용을 비싼 돈까지 지불하며 광고로 제작하고 있는 것일까.

카드사의 광고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0조 제9항~10항,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19조 제14~15항 등의 규제를 받는다.

또한 여신금융협회의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광고에 관한 규정 세부지침'에 따라 자율적으로 심의를 거친다.

해당 법령과 세부지침에 따르면 방송 광고의 경우 대출의 최고금리, 연체료율 및 취급수수료 등 각종 요율과 경고문구에 관한 내용이 전체 광고시간의 5분의1 이상 자막으로 표시해야 한다.

TV방송 광고의 전체 시간은 15초이므로 3초 이상만 자막으로 경고문구를 띄우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할 경고문구의 분량에 비해 시청자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다.

카드사가 광고할 경우 ① 회사명 ② 이자율 등 상품의 주요 내용(연회비, 연체료율) ③ 과도한 채무 또는 신용카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문구 ④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소비자에게 상품설명서와 약관을 읽어보도록 안내하게 하는 사항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때 제공되는 추가적인 혜택의 주요 내용과 이용 조건도 게재해야 하나 광고게재면적 또는 광고 시간 등의 제약으로 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부 생략 가능하다.

따라서 해당 광고의 첫 번째 문구는 ④번, 두 번째 문구는 ②번, 세 번째 문구는 ③번 의무 사항에 따라 기입됐음을 알 수 있다.

의무표시사항은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글자의 크기, 모양, 색상 등이 배경과 쉽게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 문장의 서두에 기호를 삽입하는 것 역시 문장별로 구분이 용이하도록 기호를 넣으라는 세부지침에 따른 것이다.

KB국민카드의 '청춘대로 카드 2015' 광고는 1분 분량 중 하단의 자막이 30~46초 구간에서 약 15초간 나타난다. 60초 중 12초를 넘겨야 하는 5분의1 규정을 약 3초 정도 여유 있게 넘겼다.

같은 업체의 '2017 KB국민 이지홈카드 이유리 나의 주거생활력 편'의 경우 30초 중 10~16초 구간, 즉 7초간 경고문구를 노출했다. 규정된 6초보다 약 1초 정도 더 여유를 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0g0eqfWT1o

KB국민카드의 '청춘대로 카드 2015' 광고 캡쳐.

https://www.youtube.com/watch?v=Zy0Jwz0wYYs

KB국민카드의 '2017 KB국민 이지홈카드 이유리 나의 주거생활력' 편 캡쳐.

이에 대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저희는 규정에 맞춰서 (정확히)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드아웃되는 시간을 포함해서 규정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얘기다. 업체 차원에서 문구 노출 시간이 짧다고 판단해서 소비자를 배려하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여신협회와 방통위 검수를 받고 (광고)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카드사가 (경고문구) 노출을 더 할 수도 없고 덜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의사항 내용만 띄워놓으면 광고가 아니게 되지 않겠나"라며 "(방통위와 여신협회) 양쪽에서 전문가들이 지정을 해주기 때문에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여신협회에서도 경고문구의 노출 시간이 짧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광고심의 관련 전반적인 틀에 대한 규제는 당국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저희는 규정에 준수해서 올바르게 제작되는지를 심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시간이) 실제로 짧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카드업계에선 광고 시간의 제약으로 금융상품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충분히 설명하는 것으로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광고에서는) 이런 게 있다는 정도만 알리는 것이지, 모든 걸 다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홈페이지나 모바일에 상품 소개·설명을 자세히 하고 있다"며 "카드를 신청하면 두툼한 안내서도 드린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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