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반기는 추석 황금연휴, 소상공인에겐 '고난의 열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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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반기는 추석 황금연휴, 소상공인에겐 '고난의 열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9.0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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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가면 우린 뭘 먹고 사나” 벌써 걱정
알바·영업 시간 줄여 비상체재로 운영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시장. 시장 상인들은 황금연휴로 인해 내국인 손님들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9월 30일(토요일)부터 10월 9일(한글날)까지 건국 이래 가장 긴 열흘짜리 황금연휴가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뜻밖의 ‘황금연휴’라고 반겼지만 울상인 사람들도 있다. 바로 소상공인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0일간의 긴 연휴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이 납품대금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연휴가 길어서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단 시민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최혁진(35) 씨는 “큰 휴가를 덤으로 얻은 기분이다.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부 김지연(34) 씨는 “연휴가 길어 양가 부모님께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고, 정현채(65) 씨는 “기존 명절 같았으면 가족들 잠깐 얼굴 봐야 하는데, 이번엔 가족들과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국내외 주요 항공권은 계속 매진을 이어가고 있고, 여행사들은 발 빠르게 추석 황금연휴 여행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긴 연휴 내내 쉴 수 없어 영업을 하겠지만 매출 하락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이제 막 커피숍을 창업한 강민(32) 씨는 “연휴가 너무 길어 고객 방문이 급감할까 걱정이다. 다들 해외로 나가고, 지방으로 가니 경비라도 아끼기 위해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조정할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형(36) 씨는 “황금연휴 동안 방문객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돼 알바생들은 나오지 않게 하고, 와이프랑 같이 점포를 운영해 볼 생각이다”고 밝혔고,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최우림(66) 씨는 “사람들이 거의 안 올 것으로 예상하고, 문을 닫을 생각이다. 이번 달 임대료도 밀렸는데,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처럼 황금연휴 기간 동안 매출을 포기하고, 가게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을 때 소상공인 10곳 중 3~4곳 정도만 휴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고 하는데 내수 진작을 어떻게 시킬지 계획이 없다 보니 골목상권이 텅텅 비었다"며 "임시공휴일 지정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내수 활성화가 가능하게 하려면 골목상권에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정부가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며 "골목상권에서도 자체적으로 고객들을 확보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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