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초소형 전기차도 올림픽대로 달릴 수 있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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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초소형 전기차도 올림픽대로 달릴 수 있게 해달라"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7.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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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전기차 제조 '마이브' 김종배 대표 인터뷰
20년 양산 시작... 모델 'M1', 첫달 100대 판매
배터리 공급서 후순위... "부품 확보 어려워"
법령상 이륜차... 과감한 규제 혁파 선행돼야
국내 규제에 수요 한계... 해외 시장은 급성장
"정부·대기업, 스타트업 지원 정책지원 절실"
김종배 마이브 대표. 사진=강민석 기자
김종배 마이브 대표. 사진=강민석 기자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정지용 시인이 쓴 '향수'의 한 구절이다. 시인은 어린시절 마음껏 상상했던 꿈을 '화살'에 비유했다. 기존 대기업들이 정해놓은 선을 넘어 활시위를 당긴 한 스타트업이 있다. 초소형 전기차 제조 기업 '마이브'. 마이브의 김종배 대표는 전기차 핵심 부품 국산화부터 보조배터리로 충전이 가능한 초소형 전기차 개발까지 흥미로운 화살을 쏘아 올리는 중이다. 그가 쏜 화살은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무사히 과녁에 닿을수 있을까.

"교차로 사거리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목격했다. 운전자가 눈앞에서 날아가더니 일어나지 못하더라.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서울 남대문 시장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김종배 마이브 대표는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이브는 2020년 차량 양산을 시작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 초소형 전기차 개발부터 첫 양산, 후속 모델 개발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 대표로서 그가 직접 겪은 경험담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했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마련된 마이브 시승 행사 부스. 사진=시장경제DB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마련된 마이브 시승 행사 부스. 사진=시장경제DB.

 

2020년 9월 모델 'M1' 첫 양산... 출시 첫 달 100대 판매 

마이브는 현재 모델 'M1'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차기 모델 M2를 연구·개발 중이다. M1에는 18kW 삼성SDI 원형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으로 최소 87km를 주행한다. 여름에는 최대 12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출시 전인 M2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6kW 보조배터리가 추가된다. 국내에서는 초소형 전기차 관련 규제가 까다로와 출시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브는 규제에 발목이 잡힌 국내 시장 대신, 유럽 주요 기업과 M2 판매를 위한 계약을 논의 중이다.

마이브는 2020년 9월 닻을 올렸다. 친환경차 보조금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적용된다. 마이브도 본래는 보조금 집행 일정을 고려해 1월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그해 중국에서 코로나가 시작됐다.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9월에서야 첫 차를 출시할 수 있었다.

전기차 업계에서 9월은 비수기이다. 이 시기에는 신차 모델을 내놓지 않는다. 겨울에는 기온이 크게 내려가면서 배터리팩의 에너지 출력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겨울에 들어서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브는 M1 출시 첫 달 10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는 코로나 여파로 부품 수급이 늦어져 200대 판매에 그쳤으나 올해는 1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종배 마이브 대표. 사진=강민석 기자
김종배 마이브 대표. 사진=강민석 기자

 

배터리 공급 후순위... 양산확대 위해 공급 불안정 해소돼야    

마이브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출시 첫 달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전망은 밝지만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픔이 적지 않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특히 배터리 수급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했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제조 기업들이 국내외 메이저 완성차 기업에 제품을 우선 공급하면서, 마이브와 같은 중소 스타트업은 물량 수급에 있어 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김 대표는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으로 돌아서며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테슬라는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1000대를 만든다. 기본적으로 체급 싸움이 안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배터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기선박이나 전동공구에도 들어가는 핵심 소재"라며 "배터리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설비는 계속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배 마이브 대표. 사진=강민석 기자
김종배 마이브 대표. 사진=강민석 기자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정부 규제 역시 넘어야 할 벽이다. 김 대표는 "환경부는 관련 법규가 없다며 법을 먼저 만들어오라고 했다"며 "초소형 전기차 관련 법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됐다. 개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령상 초소형 전기차는 승용차가 아닌 이륜차로 분류돼 있다. 소형 전기차 못지 않은 충돌시험도 거쳤지만 이륜자로 묶여 있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운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규제 때문에 초소형 전기차는 서울 올림픽대로를 달릴 수 없다"며 "출퇴근 시간 등 특정시간만이라도 규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소형 전기차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틈새 시장이다. 정부 규제가 해소된다면 시장규모와 수요 역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배터리 제조사를 비롯한 대기업의 상생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 관련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 대표는 "최근 일본과 중국은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라며 "혼다에서 먼저 상용화했으며 중국 니오가 가장 적극적"이라고 해외 동향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며 규제 해소와 대기업의 정책적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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