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편중·정책 엇박자... 실적 반등에도 못 웃는 화장품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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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편중·정책 엇박자... 실적 반등에도 못 웃는 화장품 업계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2.07.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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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금액 9,8% 증가, 럭셔리 화장품 인기 영향
생산실적 상위 10개 품목 9개가 후와 설화수
LG생건·아모레 생산금액 61.52% 편중
코로나 속 수출 21,3% 증가...통계 변화 원인
지난해 할인 수출 후폭풍, 올해 수출에 악재
여전히 중국 수출 50% 이상...수출 다각화 필요
기능성 화장품 생산 없는 유형도...개선 필요
맞춤형화장품 성장세, 기업들과는 온도차 확실

<편집자 주>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일변도의 수출 편중과 정부의 엇박자 정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약처가 발표한 2021년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화장품 생산금액은 지난해 대비 9.8% 증가한 16조 6,533억원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생산금액은 16조 2,633억원이었으며 2020년 15조 1,618억원이었다.

수출 실적 역시 전년 대비 21.3% 상승한 10조 5,099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이는 1위 프랑스(178억 5,285만 달러), 2위 미국(95억 7,269만 달러)에 이은  세계 3위 기록이다. 한국(91억 8,357만 달러)에 이어 독일(80억 6077만 달러), 일본(74억 7,001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화장품 수출국은 2021년 153개국으로 중화권 국가(중국, 홍콩, 대만 등)의 비중이 61.3%로 여전히 높았다. 수출국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특히, 수출된 제품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와 저가로 판매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외형적인 성장 속에 담긴 국내 화장품 시장의 불안요소를 정리해봤다. 

식약처가 발표한 2021년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화장품 생산금액은 지난해 대비 9.8% 증가한 16조 6,533억원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식약처가 발표한 2021년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화장품 생산금액은 지난해 대비 9.8% 증가한 16조 6,533억원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아모레퍼시픽

 

2021년 화장품 생산량 줄고, 생산금액은 증가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화장품 생산 금액은 전년대비 9.8% 증가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고속 성장하던 화장품 생산금액은 2020년 6.8% 감소한 바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1년만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산품목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오르다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줄었고, 2020년 소폭으로 상승했다가 2021년 다시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화장품 생산품목이 줄어든 것에 대해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한, 중국을 중심으로 고가의 럭셔리 화장품 판매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했다. 생산금액 상위 10개 품목을 살펴봐도 9위를 차지한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제품을 제외하면 9개가 모두 럭셔리 제품인 LG생활건강의 '후'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제품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라네즈 제품을 포함해 이들 10개 품목의 생산금액을 더하면 2조 6,320억원으로 전체 생산금액의 15.8%에 해당된다.

또한 LG생활건강(5조 4,886억원)과 아모레퍼시픽(4조 7,554억원)의 생산금액을 합하면 전체의 61.52%에 달한다. 여전히 국내 화장품 기업 빅2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과 함께 애경산업, 카버코리아, 애터미, 해브앤비, 코스맥스, 지피클럽, 이니스프리, 클리오 등 상위 20개사의 생산금액은 전체의 73.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실적을 대한화장품협회에 신고한 업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생산금액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화장품협회에 생산실적을 신고한 업체수는 2013년 1,895개사에서 2020년 8,942개사로 크게 증가했고, 2021년에도 9,359개사로 늘었다. 신고 의무가 있는 책임판매업자가 현재 2만 2,716개사인 것을 감안하면 생산금액과 생산품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화장품협회에 생산실적을 신고한 업체수는 2013년 1,895개사에서 2020년 8,942개사로 크게 증가했으며 2021년에도 9,359개사로 늘었다. 신고 의무가 있는 책임판매업체가 현재 2만 2,716개사인 것을 감안하면 생산금액과 생산품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식약처
대한화장품협회에 생산실적을 신고한 업체수는 2013년 1,895개사에서 2020년 8,942개사로 크게 증가했으며 2021년에도 9,359개사로 늘었다. 신고 의무가 있는 책임판매업체가 현재 2만 2,716개사인 것을 감안하면 생산금액과 생산품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식약처

 

수출 증가에도 웃지 못하는 국내 화장품사들

식약처의 수출 증가 소식에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2022년 상반기 계속된 수출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원부자재 인상으로 생산 금액은 계속 늘고 있지만 해외 수출 공급가는 코로나 사태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수출된 제품이 거꾸로 한국에 들어와 판매되거나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에서 재판매되면서 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의 해외 수출이 계속해 감소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유통 거래금액이 줄어든 것도 과도한 할인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화장품 수출 항목에 면세점 매출이 추가된 것도 사실상 전년과 비교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화장품 산업을 대외적인 홍보용으로 활용하면서 통계 방법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화장품의 해외 수출 중 중국 비중은 53,2%(48억 8,171만 달러)였다. 전년대비 28,1% 증가한 수치다. 사진=식약처
식약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화장품의 해외 수출 중 중국 비중은 53,2%(48억 8,171만 달러)였다. 전년대비 28,1% 증가한 수치다. 사진=식약처

 

여전한 중국 수출 편향, 대응책 필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화장품 수출 다각화도 공염불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화장품의 해외 수출 중 중국 비중은 53.2%(48억 8,171만 달러)였다. 전년대비 28.1% 증가한 수치다.

미국(8억 4,104만 달러, 9.2%), 일본(7억 8,412만 달러, 8.5%)의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전년대비 수출 증가율도 각각 17,7%, 22,4% 증가했지만 둘을 합해도 중국 수출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일본과 미국 수출을 늘리며 투자를 하고 있어 당분간 관련 시장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에 집중된 수출 상황이 개선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국 시장은 국제 정서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어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내 코로나가 재확산 영향으로 국경 봉쇄 정책이 펼쳐짐에 따라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 국가에 대한 국내 화장품 수출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과 국내 기업들 자체적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식약처의 생산실적 발표와 함께 2017년 3개에서 10개로 늘어난 기능성화장품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식약처의 생산실적 발표와 함께 2017년 3개에서 10개로 늘어난 기능성화장품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늘어난 기능성 화장품 범위, 재개정 필요성 제기

식약처의 생산실적 발표와 함께 2017년 기존 3개에서 10개로 늘어난 기능성화장품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기존의 의약외품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넘어 온 염모, 탈모 완화 등의 생산량은 기존의 주름개선, 자외선차단, 미백 등과 함께 계속해 늘어났다. 하지만 클렌징류에 제한을 둔 여드름성 피부 완화, 제모, 튼살로 인한 붉은선 완화 등의 제품은 저조한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의약품 오인 우려가 있다며 기능성 명칭을 '피부장벽 기능 회복 가려움 등 개선'으로 바꾼 아토피 관련 기능성 제품은 아예 생산실적이 없다.

시장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새롭게 기능성을 추가했지만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으로 올리면서 원래 취지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에서도 기능성 화장품을 축소하거나 아예 관련 법규를 없애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다양한 법적 문제가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측면으로 기능성 화장품 제도 개선이 필요할 전망이다.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맞춤형화장품 제도 실효성 문제 주목

식약처는 이번 화장품 생산실적 발표에서 맞춤형화장품에 대한 내용도 언급했다. 맞춤형화장품은 개인별 피부진단 결과나 선호도 등을 반영해 제조시설이 아닌 판매장에서 즉석으로 혼합·소분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화장품을 의미한다.

식약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맞춤형화장품 판매업 제도가 세계 최초로 시행된 2020년 3월 14일 이후 2021년 기준 맞춤형화장품 판매업체 수는 전년(112개) 대비 65.2% 증가한 185개로 나타났다.

수치 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맞춤형화장품만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화장품 책임판매업자가 사업에 맞춤형화장품 판매업을 추가한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다. 맞춤형화장품이 고용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식약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처음으로 실시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국가 자격시험은 매년 응시생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차 시험 응시자는 8,837명이었으며 이중 합격자는 33.13%였다. 하지만 높은 응시료와 정확한 지원책이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이들이 모이며 관심을 모았다. 2020년 10월 진행된 2회 시험에는 6,720명이 응시해 10.10%의 합격률을 기록했으며 2021년 3월 3차에는 첫 시험 응시자에 절반 수준인 4,353명이 응시해 7.21%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어 2021년 9월에 실시된 4차 시험에는 3,475명이 응시해 13.38%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진행된 5회차에는 2,448명이 응시해 23.57%의 합격률을 보였다. 코로나로 시험을 미뤘던 이들을 위해 2020년 1차 이후에 진행된 특별 시험(875명 응시, 87명합격)을 빼고도 3년차 시험을 응시생을 비교하면 매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는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에 대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수요가 없고,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맞춤형화장품 사업이 정부의 다양한 규제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 위주의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이미 다수의 대기업 근무자들이 해당 자격증을 취득해 신규 취득자에게 취업의 길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관련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취업 알선이나 취업 후 혜택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응시생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확장 중인 리필스테이션 운영 매장에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가 없어도 운영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맞춤형화장품 제도는 철저하게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시장 여건 등을 면밀히 따진 후 진행할 문제를 대기업의 입김으로 졸속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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