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빅스텝 초읽기... 13일 韓銀 결정 앞두고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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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빅스텝 초읽기... 13일 韓銀 결정 앞두고 '폭풍전야'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2.07.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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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IMF 이후 최고 수준
이자 부담에 영끌족·취약층 휘청
韓美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한 만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고정금리보다 낮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곡물·원자재 가격 강세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6% 올라 23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 안정(제1조 1항)을 최우선으로 삼은 한국은행 입장에선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안정을 위해 경제 주체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빅스텝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이다. 최근 물가지표와 상호작용하면서 자극이 커지는 모양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 억제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올릴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많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소속 루이 커쉬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13일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에서는 0.5%p 인상도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임박하면서 빅스텝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 격차는 0.00~0.25%p다.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만 올리고 미국이 빅스텝을 밟는다면 금리 역전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1,8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나게 되고 은행 건전성이 휘청이게 된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속 저금리 기조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식·가상자산에 투자한 영끌족과 취약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경기 위축도 부담이다. 은행에 갚아야 할 이자가 올라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 한국은행을 이끄는 이창용 총재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1일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빅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가 올랐을 때 경기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통화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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