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체크] 보험사들, 알아먹지도 못할 '속사포·깨알 광고' 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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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체크] 보험사들, 알아먹지도 못할 '속사포·깨알 광고' 왜 할까?
  • 김새미 기자, 임현호 기자
  • 승인 2017.08.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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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광고주' 둘 다 불만인 상품광고의 속사정

보험사 광고하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속사포처럼 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화면 가득히 보험 상품에 관한 설명을 깨알 같은 크기로 띄우는 TV 광고도 흔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보험 설명이 나열돼 있어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기업은 광고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비싼 광고료만 낭비하게 된다. 양측이 윈윈하지 못하는 광고는 왜 계속 유지되는 것일까.

이번 '애드체크'에서는 보험사들의 속사포·깨알 글씨 광고에 대해 확인해봤다.

생명보험협회의 생명보험 광고·선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보험 광고는 '판매 광고'와 '이미지 광고'로 양분돼 있다.

'이미지 광고'는 회사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단순 상품명·브랜드명만 노출하는 광고다.

'판매 광고'는 보험상품을 홍보하는 '상품 광고'와 홈쇼핑회사를 통해 보험상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판매 방송'으로 나뉜다.

1분 30초 내외인 TV CF 광고나 6~10분 가량의 케이블 TV 광고에서는 주로 이미지 광고가 나온다. 보험상품의 특성상 복잡한 약관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케이블TV 광고 중 ‘상품 광고’가 진행될 경우 속사포·깨알 광고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모델로 나온 7분 짜리의 에이스손해보험의 광고를 보면 보험 약관 등이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나열돼 있고, 소비자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중요 포인트는 음성으로 들려준다. 

한화생명 e연금저축보험 광고(위)와 삼성화재 암보험 내사랑 가족생활안심 광고(아래) 캡쳐 화면

한화생명과 삼성화재도 6~7분 짜리의 케이블 광고 중에서 20~30초 가량을 약관 설명으로 진행하고 있다.

AIA생명은 광고 시간의 33%(3분 중 1분)를 할애해 약관을 설명한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약관 내용을 굳이 6~10분 가량의 짧은 시간 내에 빼곡히 배정한 이유는 관련 법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보험상품이 보장하지 않는 사항이나 청약 철회 등 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광고할 때, 말의 속도를 본 광고와 동일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렇다면 보장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과 비슷하게 음성 강도·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보험업법 제95조의4 제2항 1~3호와 제5항에 따르면 ▲보험 체결 전에 상품설명서 및 약관을 읽어볼 것을 권유하는 내용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험인수가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보장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 ▲변액보험 계약 관련 내용, 만기환급금이 확정 지급된다고 오인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을 빠른 속도로 달달달 읽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상목 금융위 보험과 사무관은 "(음성의 속도 및) 강도를 비슷하게 하라는 취지는 자기한테 유리한 내용이든 불리한 내용이든 다 똑같은 스피드로 얘기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업계에 따르면 협회의 심의필을 거치기 때문에 속사포·깨알 광고 현상은 크게 줄고 있다.

민병우 생보협회 광고심의팀 주임은 "(이미지 광고에는) 음성이 거의 안 들어가고 들어가더라도 음성 속도는 옛날하고 다르게 다 잘 지켜지고 있다"며 "음성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면 우리가 조정을 요청하고 (업체에서) 수정이 바로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보험상품이 나오는) 광고 중에서 (음성이 빠르게) 지나가는 광고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나"라며 법적으로 규정된 약관을 설명하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품 광고는 짧은 방송광고로는 제작조차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지가 현재 케이블에서 방송되고 있는 다수의 보험사 CF를 확인한 결과 속사포 광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장시간의 설명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약관 내용들이 깨알 같은 글씨로 설명되고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1초 안에 몇 단어를 얘기하라 이럴 수는 없지 않나"라며 "보험업법 95조 1항에 따라 명확하고 공정하기 전달해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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